가계대출 6조원 증가…내달부턴 '고액 영끌' 식을 듯

입력 2025-06-29 07:11


서울 집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이 7조원에 육박,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시행하면서, 다음 달부터는 '고액 영끌'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6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5조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남은 기간 대출 실행액까지 고려하면 6월 증가액은 6조원대 후반, 최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월(4조2,000억원), 3월(4,000억원), 4월(5조3,000억원), 5월(6조원)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번 6월 증가폭은 지난해 8월(9조7,000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치로, 대출채권 매·상각 등 변수를 감안한 추정치다.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지역 아파트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은행권 주담대 수요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2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9,948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4조9,136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약 1,890억원씩 증가했으며, 이 역시 지난해 8월(3,105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이달 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약 5조6,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28일부터 수도권 주담대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는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시행된 만큼, 이달 전체 월간 증가폭이 5조원대 초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8일부터 새 규제가 적용돼 증가세가 다소 약해질 수 있다"면서도 "이미 주택매매 계약을 마치고 대출을 신청한 경우 기존 규제대로 집행되기 때문에, 월말까지 며칠 사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갑자기 뚝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 보면,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은 597조6,105억원으로 5월 말(593조6,616억원)보다 3조9,489억원 늘었고, 신용대출도 103조3,145억원에서 104조3,233억원으로 1조88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하루 평균 증가액(388억원)은 5월(265억원)의 약 1.5배에 달하며,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치다. 신용대출 급증에는 주택 거래자금뿐 아니라 증시 투자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발표한 고강도 대출 규제 효과를 분석하며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응할 예정이다. '주담대 한도 6억원' 등 대책이 전격 시행됐지만, 주택 거래부터 대출 실행까지 한두 달 시차가 있어 본격적인 효과는 8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음 달 실행될 주담대는 이미 한두 달 전 승인이 난 경우도 많아, 7월 가계대출 수치가 확 꺾이긴 어렵다"며 "8월부터는 규제 효과가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감축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가계대출 월간 증가폭은 3조~4조원 이하로 관리될 전망이다. 그간 5조~6조원(정책대출 포함) 수준까지도 감내·관리 가능하다고 봤지만, 이제는 '대응 기준선'이 달라진 셈이다.

다만, 초강력 규제에도 고가 아파트에서 가격이 낮은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주택 공급 부족 전망이 여전한 가운데, '고가 영끌'을 겨냥한 대출 규제만 도입된 탓이다. 6억원 주담대 한도 내에서 매입이 가능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으로 매수세가 옮겨붙을 수 있다.

신용대출로의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묶는 규제가 포함됐지만, 의사 등 소득이 높은 일부 전문직에는 신용대출이 최대 4~5억원도 나갈 수 있다"며 "신용대출 수억원에 주담대 6억원을 활용하면 종전처럼 충분히 고가 아파트 구매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필요시 추가 보완 대책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쏠림이나 풍선효과가 혹여 나타나더라도 추가 보완 조치를 할 것"이라며 "매주 점검회의를 하며 가계대출 현황을 체크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번 주중 대출 규제 후 첫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