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과 관련해 하급 법원이 내린 정책의 효력 일시 중단 결정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주(州)까지 적용될 수는 없다며 나머지 주에서는 이 정책을 허용하는 결정을 27일(현지시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텍사스 등 28개 주에서는 트럼프의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이 시행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은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에서 태어난 자녀에 대해 출생시민권을 제한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머니가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합법이라도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신분이며 아버지가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둘 사이에 태어난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도록 했다.
불법 체류자가 많지 않은 한인사회에서는 주로 미국에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주권을 아직 취득하지 못한 합법 체류자들이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어렵게 미국에 와 정착했는데, 자녀에게 기본적인 체류 신분조차도 보장해주지 못하게 됐다는 생각에 좌절하는 것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는 출생시민권 중단 정책과 관련해 문의하거나 걱정하는 내용의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한 작성자는 "E2(취업) 비자로 남편과 함께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고, 올해나 내년 초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쭉 근무할 예정이라 미국에서 출산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미국에서 근무한 지 2년이 조금 안 된 상황이라 트럼프 정책 때문에 아이가 시민권을 못 갖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썼다.
다만 현지 법조계에서는 출생시민권 제한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출생시민권이 미국 헌법에 규정된 조항이어서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했고, 미국의 관할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허가 없이 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은 합법적인 신분이 아니라서 미 정부의 관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판례나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