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 책자를 정부와 국회,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 책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평소 국회 강연이나 정부 간담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강조했던 3가지 새로운 성장모델과 1가지 실행모델을 전문가들이 심층연구해 펴낸 제언집이다.
최 회장은 발간에 부쳐 "글로벌 지형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변화하고 한국경제는 그동안 항구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해 성장 제로의 우려에 직면했다"며 "새로운 정부와 함께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 원천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파트너와 손잡고 고비용을 줄일 실행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제언집에서 제시한 성장모델은 ▲6조 달러 한일 경제연합 ▲500만 인재 유입 ▲소프트한 머니다.
첫 번째 강조한 글로벌 경제연합은 그간 한국이 이어온 '독립경제체제'에서 벗어나 글로벌 지형변화에 따른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특히 시장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 창출이 가능해져 저비용 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심·저성장 등 경제문제와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문제 등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는 일본과의 연대를 제안했다.
양국 시장을 합하면 6조 달러의 세계 4위 경제권을 형성해 규칙 제정자로의 역할 전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LNG 수입 2, 3위국이 공동 구매하면 가격협상력도 높아지는 등 저비용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도 짚고 있다.
500만 해외인재 유치 제안도 포함됐다. 우리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 중 하나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소규모 내수인 만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부터 고급두뇌를 받아들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숙련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 소비창출 뿐 아니라, 납세효과도 얻을 것으로 진단했다.
'젓가락으로 콩 건져내기보다는 큰 숟가락을 활용하자'는 논리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독일의 그린카드 같은 비자혜택,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정주여건 개선 등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해외 대형 반도체 팹(fab)을 국내로 유치해 관련 고숙련 근로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큰 삽 전략'도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비스와 본원소득 공략을 위해 K-푸드, K-컬처 등을 산업화하고 전략적 해외투자를 강화해 투자소득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푸드를 예로 들면, 그간 푸드 그 자체의 상품수출에만 신경썼다면 이제는 K-레시피, 쿠킹클래스, 주방기구, 인테리어 등 조직적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무풍지대'를 개척하자는 제안이다.
성장모델 구현을 위한 실행모델 중 하나로는 '메가샌드박스'를 제안했다. 제언집은 "성장모델 실행을 위한 최우선 기준은 저비용"이라며 "성장모델 구현을 위해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고 성과까지 시차가 존재할텐데, 단편적 접근보다는 전체적으로 한 번에 해결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성비의 토털솔루션이 필요한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 메가샌드박스라는 설명이다. 메가샌드박스란 혁신산업자에게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메가(광역) 단위로 넓힌 개념이다.
지역의 비교우위 기술, 산업, 컨셉을 결합해 지역별 다양한 선택조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샌드박스 내 파격적 규제혁신', '민간이 원하는 과감한 인센티브', '글로벌 인재 매칭', '글로벌 정주여건' 등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와 저술에는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지평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 등 뜻을 같이한 전문가 13명이 참여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책제언집에서 제시한 새로운 성장모델과 실행모델이 당장 도입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논의 자체를 지연시켜선 안 된다"며 "경제계 전반에 저성장·통상질서 변화에 대한 우려가 깊고,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낙오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있기 때문에 새 정부 들어 다양한 정책주체와 경제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에 착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