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로 곳곳에서 싱크홀 등 지반침하 사고가 잦아 장마철을 맞은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지난 20일 오후 강동구 명일동의 한 가게에서 만난 주인 정모(70)씨는 "싱크홀(땅 꺼짐) 사고 복구가 잘 됐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구멍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가게는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불과 약 150m 떨어진 곳이다.
사고가 난 도로는 복구되어 땅 꺼짐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씨의 공포는 여전하다. 그는 "세상 제일 큰 구멍이 난 것 같았고 대포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도 들렸다. 그때 느낀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구멍은 메워졌어도 트라우마가 남았다"고 했다.
강동구에 사는 자영업자 나모(31)씨도 싱크홀이 발생했던 도로를 지금도 피해 다닌다. 나씨는 "안 그래도 출퇴근 때마다 행여 주변에 싱크홀이 있을까 유심히 보게 됐는데, 장마철이 되니 걱정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일까지 접수된 서울 내 지반침하 사고 발생 신고는 총 21건으로 지난해 1년간 신고 건수(17건)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나타났다.
여름 장마철 강수량이 늘어 지반이 약해지면 땅 꺼짐 사고가 더 자주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20∼2024년 전국에 지반침하가 총 867건 있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여름철에 발생했을 정도다. 월별로 보면 8월(234건), 7월(133건), 6월(110건) 순이다.
서울에서도 같은 기간 총 85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했고 역시 6∼8월(41건)에 집중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면서 토양 입자나 모래 등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공간이 생기고, 지하수 수위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지반 지지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장마철을 앞두고 지자체에서 배수관로 등을 정비하는 것도 싱크홀 발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배수 시스템을 개선해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