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도'에 빅테크 달려든다…산업 지형 흔드나

입력 2025-06-17 16:58
구글·애플,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청


구글과 애플이 요구하는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공간정보 산업의 핵심 자산이다. 국내 공간정보 산업은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지만,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5천 대 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했다.

정부는 그동안 안보를 이유로 해외 기업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승인하지 않았으나, 최근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요청하면서 해외 기업에 데이터 개방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면, 지도 서비스 시장에서 '록인 효과'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용자가 특정 기업의 서비스에 묶이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 정보란 지상·지하·수상 등 모든 공간에 존재하는 건물, 도로, 하천 등의 위치와 크기를 전자화해 지도, 사진, 3차원 모델로 구현한 정보를 말한다. 이 중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기존 지도보다 훨씬 상세한 정보를 담아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선, 교통표지, 경사도 등 세부 정보의 정확성은 자율주행 산업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재난 대응 시뮬레이션 등에도 활용된다. 증강현실(AR) 기술과 결합하면 관광, 게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감 높은 콘텐츠 제공도 가능하다.

빅테크 기업이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 두 차례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했으나, 국토지리정보원이 안보 우려로 불허했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도 문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면서 이번에는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구글 지도는 한국에서만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구글은 2만5천 대 1 축적의 공개 지도 데이터에 항공·위성사진을 결합해 한국 지도를 제공하고, SK텔레콤에서 받은 5천 대 1 축적의 정밀 데이터를 활용해 주요 위치 정보(POI)만 제공 중이다. 구글은 이 정보만으로는 네비게이션 등 핵심 기능을 쓸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내 기업과 달리 구글은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없어, 5천 대 1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승인될 경우 데이터가 위성정보 등과 결합해 데이터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보안시설을 블러, 위장, 저해상도 처리한 지도로 제공한다. 정부는 구글에도 세 가지 처리를 모두 요구했으나, 구글은 블러 처리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애플은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고, 정부 요구 사항을 국내 여건에 맞춰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