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호화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 알려지자 현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베네치아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라며 결혼식 당일 식장 진입 저지 시위를 예고했다.
16일(현지시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의 결혼식이 26일부터 사흘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네치아에서 열린다.
하객으로는 오프라 윈프리, 킴 카다시안, 믹 재거, 케이티 페리, 에바 롱고리아,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등 약 200명이 초대됐다.
신부 산체스는 사흘 동안 27벌의 드레스를 갈아입을 예정이며, 베이조스는 하객을 위해 베네치아 수상택시와 최고급 호텔 여러 곳을 통째로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이 결혼식을 '도시의 상품화'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No Space for Bezos'(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라는 슬로건으로 시내 곳곳에 반대 포스터를 붙이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활동가들은 결혼식 당일, 성당 앞 수로를 고무보트와 배로 막고, 육로는 시위대로 봉쇄해 하객 진입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캠페인에는 베네치아 대표 반관광 시민단체 'No Grandi Navi', 반파시스트 시민단체 ANPI까지 동참했다.
이들은 베이조스를 "노동 착취와 조세 회피, 디지털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비판하며, 초호화 행사가 도시의 공공공간을 부자 개인의 전유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특히 결혼식장인 미세리코르디아 성당이 베네치아 시장 소유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라, 공공시설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이해충돌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브루냐로 시장은 "매일 15만명의 관광객이 오는 도시에 200명의 하객이 온다고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반박했다. 관광업계와 호텔, 수상택시 업계 등은 결혼식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일부 웨딩 관련 업체는 결혼식 특수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부자들을 위한 잔치의 부스러기를 두고 기뻐하는 격"이라며, 이익은 소수 대기업과 일부 고급 호텔로 돌아갈 뿐, 베네치아 시민 다수는 교통 통제와 공간 침해, 생활 불편만 감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