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꿈일 뿐"...일하는 노인, 청년과 '동률'

입력 2025-06-16 06:22


일하는 노인들이 늘면서 60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이 청년층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에 일하는 노인은 대폭 늘었지만 청년층은 오히려 구직시장 이탈 비중이 커져 노령층이 노동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달 60세 이상 경활률(전체 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49.4%로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나타났다. 60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이라는 뜻이다.

60세 이상 경활률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p) 상승해 1999년 6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뒤로 가장 높다.

우리 사회 고령화 영향으로 이 수치는 2011년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점차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상승 폭은 4.6%p로 같은 기간 15세 이상 인구 경활률 상승폭(2.6%p)의 두배에 달한다.

이에 노령층 경활률은 최근 하락세인 15∼29세 청년층 경활률을 사실상 따라잡았다. 지난달 청년층 경활률은 49.5%로 60세 이상과 차이는 0.1%p 뿐이다.

지역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된다. 전국 17개 시도 중 올해 1분기 기준 60세 이상 경활률이 청년층보다 높은 곳은 10개나 된다. 지방 소도시에서 뚜렷했던 현상이 최근 대구·광주 등 대도시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아 '쉬었음' 등 구직시장을 이탈한 청년들이 늘면서 청년층 경활률은 작년 5월 이후 13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지난달 청년층 '쉬었음'(39만6천명)은 1년 전보다 3천명 줄며 13개월 만에 감소했지만 올해 5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증가세다. 제조업·건설업 등 양질 일자리가 줄어든데다 대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령층이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이 무조건 좋게 볼 일은 아니다. 상당수가 생계형 노동에 시달리는 은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노인 빈곤율, 연금 수령 시기 연장에 따른 소득 공백 등이 우리 사회 현실이다.

2023년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65세 이상 연금 소득자의 월평균 연금 소득은 80만원 수준으로 1인 가구 월 최저 생계비 134만원(2024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노인 일자리 대부분이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점도 현실을 드러낸다. 작년 8월 기준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281만2천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구직을 단념하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은 노동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