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0%대 성장 전망…석달만에 '급조정'

입력 2025-05-29 10:03
수정 2025-05-29 10:39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작년 10월 이후 7개월 사이 네 번째 인하다.

금통위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낮췄다.

민간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으로 이미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뒷걸음쳤고, 미국발 관세전쟁 등의 영향으로 수출까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라도 낮춰 소비·투자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앞서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고,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올해 1월 쉬었다가 2월 다시 0.25%p 인하로 통화 완화를 재개했지만, 지난달 다시 동결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0.1%에 그친 작년 4분기 성장률과 미국 관세정책 위험을 근거로 시장에서는 인하 기대가 컸으나 1,500원을 넘보는 원/달러 환율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제 1분기 -0.2%의 충격적 역성장까지 현실로 확인된 만큼, 더는 인하를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달 들어서만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전망치를 1.7%에서 0.7%로 무려 1.0%p나 한꺼번에 깎았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상 성장률마저 1.6%에서 0.8%로 반토막이 났다. 8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4월 말 기준 0.8%에 불과하다.

한은 역시 이날 공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낮췄다. 석달 만에 0.7%p나 떨어졌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가 전례 없이 2년 연속으로 1% 안팎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이 고착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다소 안정되면서 금리 인하의 큰 걸림돌도 사라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 미국 상호관세 발효와 함께 주간(낮) 거래에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1,487.6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적자 확대 우려 등으로 달러 가치가 급격히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 26일엔 장중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인 1,360.4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지속적 금리 인하가 집값, 가계대출을 부추기고 환율을 다시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