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토큰증권으로 거래…미 50개 종목 토큰화 [투자토크]

입력 2025-05-26 17:32
수정 2025-05-26 17:42

전통적인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 하는 토큰화 열풍이 미국 주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이 테슬라와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기업 주식의 토큰화 출시를 예고했는데요. 하지만 규제 장벽이 만만치 않습니다.

증권부 조연 기자 나왔습니다. 조 기자, 먼저 크라켄이 출시하겠다는 토큰 주식 거래 서비스는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는 겁니까?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은 50개 이상의 미국 주식과 ETF의 토큰화 버전, 'xStocks'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크라켄은 코인베이스에 이은 미국 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입니다. 2021년 출범해 가상화폐 거래 중개 뿐 아니라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파생상품 플랫폼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것은 새로운 브랜드, 'xStocks'를 출시해 50개 이상의 미국 대표 주식들, 애플과 테슬라, 엔비디아 등 주식들과 SPY(SPDR S&P500 Trust ETF) 같은 ETF의 토큰화 버전을 상장해 거래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솔라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크라켄 앱에서 거래가 가능하며, 토큰과 실제 주식/ETF는 1:1로 연동됩니다. 실제 주식/ETF 가격을 추종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물 자산은 크라켄의 파트너사인 백트 파이낸스가 보관하고, 실물 주식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해 유통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이번 xStocks이 자리잡을 경우 전통 금융자산의 블록체인 기반 거래 첫 사례가 될 전망으로, 블록체인이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실물 금융자산과의 유동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인프라로 자리잡게 된다는데 의의가 있는데요.

가상화폐 기반 형태의 미국 주식들을 365일, 24시간 내내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아르준 세티 크라켄 CEO는 "기존 시스템의 수수료와 거래 지연, 제한된 거래 시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미 주식시장을 더 유연하고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려한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xStocks는 미국 외 지역, 유럽과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서 먼저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구체적인 국가와 서비스 개시 날짜는 아직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시간대와 지리적 제약으로 미국 주식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던 투자자들에게 획기적인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조 기자, 그런데 크라켄이 미국 회사인데 왜 미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겁니까?


일단 법적 이슈와 규제 환경의 변화를 보고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거 2021년에 바이낸스가 테슬라를 비롯한 일부 미국 주식 토큰화를 시도했다가 당시 규제 당국의 반발로 중단된 바가 있습니다. 이 같은 규제 당국의 반발 리스크가 아직 남아있고요.

또 크라켄은 미 SEC와 가상화폐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 SEC는 크라켄에 대해 제기한 소송을 모두 철회했는데요.

xStocks의 미국 내 서비스 개시 여부에 대한 설명은 이번에 나오지 않았지만, SEC의 규제 개편 방향을 확인한 뒤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앞서 게리 갠슬러 전 의장 하에 SEC는 크라켄뿐만 아니라 코인베이스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상당수의 소송을 진행해왔습니다. 또 디지털 자산을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 증권이라며 강력한 규제정책을 집행해왔는데요.

미국 월가에서는 확실히 가상자산 규제 환경의 기조가 달라졌다는 분위기인데요.

가상화폐 지지자로 잘 알려진 SEC 신임 의장, 폴 앳킨스는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규제 재조정을 예고한 바 있죠. 증권형 토큰 등 제도와 신기술 도입 확대에 대한 논의가 탄력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 SEC의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 최근 토큰화된 증권의 발행 및 유통을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공식 제안했고, 크라켄 뿐만 아니라 로빈후드, 블랙록 등이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를 공개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로빈후드 역시 크라켄처럼 유럽내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고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SEC와 함께 가상화폐 상장지수상품(ETP)의 제도적 처리, 그리고 증권 토큰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도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직 토큰증권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치 않은 국내에서도 토큰화 주식 거래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구체적인 토큰화 증권의 발행과 유통 방식이 공개되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일단 금융당국의 기조는 토큰의 형태를 입더라도 증권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 관련 투자 중개업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또 토큰증권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것이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인데요.

토큰증권과 가상자산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가이드라인인데다가 애초에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죠.

국내에서는 토큰증권이 미술품이나 부동산, 지적재산권 같은 이색 자산 투자에 쓰이는 보조 수단 정도로 활용되고 있고, 실물 자산 토큰은 법적근거도 없고 거래될 수 있는 시장 환경도 아직 조성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토큰화된 실물자산을 합법화 하는 첫 법안,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올해 대선 뒤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갖고 있는 위험요인이 존재하지만, 금융 거래의 효율화, 시장 경쟁력 향상 등의 관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