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의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1위인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가산 금리를 낮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보통은 대출이 늘면 금융 당국의 부채관리 압박이 거세지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이례적인 행보입니다.
어떤 배경인지, 김예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우선 은행들의 대출 증가세부터 살펴보죠.
<기자><STRONG>
네, 5월 들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4월 말보다 2조 9천억 원 가량 늘었습니다.
증가 속도가 월말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5월 한달에만 6조 원 가까이 급증할 수 있는 건데요.
올해 1월만 해도 뒷걸음쳤던 가계대출은 2월부터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반짝 해제 여파로 늘어난 주택거래에 따른 대출이 시차를 두고 실행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또, 낮아진 금리에 국내외 증시가 변동성까지 커지며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가 늘어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요.
여기에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DSR 도입을 앞두고 있죠.
규제 시행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선수요까지 겹치면 다음달까지 가계대출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국면이면, 은행입장에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을 조절하라는 압박을 받을만도 한데, 국민은행은 되레 금리를 낮췄다고요?
국민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08%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약 1년 만의 조정인데요.
사실 그동안 다른 대형 은행들이 1~2차례 가산금리를 인하했을 때에도, 국민은행은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버텨왔습니다.
그런 국민은행이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시점에 금리를 내렸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가산금리는 은행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마진인데요.
이를 깎으면서까지 대출 금리를 낮췄다는 건 전략적인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국민은행은 어떤 설명을 내놨습니까?
<기자><STRONG>
국민은행 측은 "가계대출의 적정한 성장세 유지를 위한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수요자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결정”이라고도 밝혔는데요.
결국, 대출 자산을 일정 수준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대출이 많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늘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걸까요?
네, 올해 들어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월별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4대 은행 평균 0.86% 증가에 그쳤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가 약 2%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상당한 여유가 있는 셈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이 기간 신규 대출의 절반 이상이 정부 재원 기반의 정책대출이라는 점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액이나 신규 취급액 중에 50~70% 정도가 정책대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책자금이 우선 소진되기 때문에, 실제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여신 여력도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현재 3단계 스트레스DSR 도입과 기준금리 인하 등 가계대출 수요가 커질 수 있는 시기인 만큼, 금리를 먼저 내려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금리 인하기 은행들의 수익성 관리도 어려워질텐데, 대출 성장은 순이자마진 방어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이지 않습니까?
예금 등 수신으로 돈을 모으고도 대출로 내주지 않으면,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 4대 은행 중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 하락 폭이 가장 컸는데요.
현재 금리 인하기로 기본적으로 순이자마진이 떨어지는 구조인 만큼, 수익성 방어가 중요한 과제로 꼽힙니다.
국민은행은 가산금리 인하로 인한 마진 축소를 감수하더라도 금리 경쟁력을 통해 대출 자산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 거고요.
국민에 이어 농협은행도 오는 22일부터 대면 변동형 주담대 우대 금리를 0.45%p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민과 농협이 금리 경쟁을 시작한 만큼, 다른 은행으로도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이 확대될지 주목됩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노수경, CG: 정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