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치킨 시키면 번번이 '취소'...우는 점주들 속사정

입력 2025-05-15 06:54


일부 치킨 가맹점에서 부분육과 순살육 메뉴 주문이 들어와도 닭이 없어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닭고기 수급 차질이 원인인데 작년 겨울 이후 조류 인플루엔자 확진과 이상 기온이 겹친 결과다.

15일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굽네치킨 순살 닭고기 공급은 지난 2월 1일부터 19일까지 제한되더니 지난 3월 19일부터 현재까지도 수급이 불안하다.

피세준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본사에 순살 닭고기를 10개 주문하면 3개 정도만 들어오는 수준이어서 메뉴를 팔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작년과 비교하면 수급이 제대로 안 되는 시기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고 주장했다.

피 회장은 지난 3월 일부 점주와 함께 서울 강서구 굽네치킨 가맹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 해결과 분쟁 조정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본사로부터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니 콤보' 등 부분육 메뉴가 유독 인기가 많은 교촌치킨 점주들도 본사에서 닭고기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교촌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작년 말부터 부분육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작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는 발주량의 20%, 이후에는 30% 정도만 각각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분육 메뉴 매출이 이전보다 30% 정도 줄었지만, 본사가 부분육이 아닌 한 마리 메뉴를 출시하면서 매출 감소분이 일부 상쇄됐다"며 "전체 매출은 2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일부 교촌치킨 가맹점주가 물류비 인하와 닭고기 공급 정상화를 요구하자, 가맹본부는 연평균 닭고기 입고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면 보상하고 물류대금을 낮추겠다는 확약을 맺었다.

푸라닭 치킨도 지난 2월부터 순살 닭고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업체들은 조류 인플루엔자와 이례적 기상 불안으로 인해 닭고기 수급이 불안정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굽네치킨 측은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도계량 감소와 계육 업체의 닭가슴살 재고 누적, 영남지역 산불로 인한 양계장 피해 등 이슈가 겹쳐 계육 공급량이 줄면서 일시적으로 모든 매장에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급 문제는 여름 성수기까지 겹치면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부분육을 전문으로 공급하는 업체는 비선호 부위인 닭가슴살과 안심을 따로 처분해야 하는 부담이 커 많지 않은 데다 부분육 가격 자체도 한 마리보다 비싼 편"이라며 "여기에 최근 부분육 메뉴를 출시하는 업체가 많아져 수급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최근 육계 출하량이 줄면서 생닭 시세가 올랐고, 가뜩이나 팔리지 않는 닭가슴살과 안심 등 비선호 부위의 가격을 올릴 수 없는 부분육 공급 업체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분육 생산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교촌치킨은 "부분육 메뉴 대신 한 마리 메뉴를 추가로 개발하는 등 수급 개선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말 저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과 올해 초 이상 기온, 큰 일교차 때문에 종란의 생육에 차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종란은 부화시켜 육계로 출하하는 계란으로 통상 육계 출하까지 50일이 걸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육계 출하량이 1%만 줄어도 시장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데, 올해 들어 지난 달까지 출하량이 작년 동기보다 약 4.3%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는 최근 부화장에 들어간 종란의 생육 상황이 좋아 다음 달 말이면 치킨 업체들이 닭을 차질 없이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