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삼성전자 레버리지/인버스 ETF 나온다…"아시아 종목 추가상장"

입력 2025-05-14 09:00
수정 2025-05-19 12:52
19일 홍콩거래소에 상장
장중 거래, 가격변동 대응 가능
시총 2천억 달러 이상 단일종목 추가상장


홍콩 주식시장에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하락 베팅)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 단일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다. 삼성전자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과거 영국 주식시장에 전 세계 최초로 상장됐으나 현재는 상장 취소 상태다.

1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홍콩 ETF 전문 운용사 CSOP자산운용은 오는 19일 '삼성전자 데일리 2배 레버리지', '삼성전자 데일리 -2배 인버스 ETF' 상품을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 2배, 그리고 주가 하락에 2배 베팅하는 전 세계 유일 상품이다.

해당 상품들은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이라 해외 주식 계좌를 개설해야 투자할 수 있다. 홍콩 달러뿐만 아니라 미국 달러 버전으로도 출시되며 운용 보수는 1.60%, 총 보수 비용은 2%로 국내 여타 ETF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해당 상품 출시로 국내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종목에 레버리지나 위험회피(헷지) 투자가 가능해진다. 미·중 관세 협의 여파로 삼성전자 주가가 깜짝 급등하면서 '6만전자' 탈환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 세계 유일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출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미·중 간 관세 합의로 인해 '정책 리스크'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데다 메모리 가격 상승까지 겹치는 구간이 시작돼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을 늘려야 할 타이밍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단일종목에 대한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홍콩 증시에 상장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시간 외 이벤트나 국내 공휴일에도 삼성전자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해당 ETF와 기초자산 모두 아시아 거래 시간대에 거래되고 있어 장중 거래가 가능하고, 삼성전자의 가격변동에 즉각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CSOP자산운용은 홍콩 남방자산운용의 자회사로 홍콩 내 자산운용사 중에서 2위 업체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CSOP자산운용의 총 운용자산(AUM)은 전년 대비 34.3% 증가한 198억 달러(한화로 약 28조 원)다.

앞서 CSOP자산운용은 지난 3월 24일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9개의 미국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상장한 바 있다. 홍콩 증권 및 선물위원회(SFC)가 고배율 ETF에 대한 허가를 내리면서다.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코인베이스,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와 2배 인버스 ETF,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해선 2배 레버리지 상품만 출시했다.

해당 상품들의 출시로 한국과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해 기존에 영국과 미국 정규장에서만 가능하던 미국주식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가 우리나라 정규장 시간에도 가능해졌다. 홍콩 시장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선진국 증시에서는 이미 특정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단일종목 ETF가 흥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단일종목 가격을 추종하는 ETF를 상장할 수 없다. 국내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ETF는 30개 이상의 종목을 담는 지수를 추종하며, 한 종목이 20% 이상을 초과해서는 안 되고 레버리지 비율도 2배로 제한된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미국 증시 등에서 직접 매수해야 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간 외화증권 예탁결제 순매수 1위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셰어즈 ETF'(SOXL)로 8억 2,712만 달러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셰어즈 ETF'는 ICE 반도체 지수 일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ICE 반도체 지수는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회사 30개로 구성됐으며 주요 투자 종목은 브로드컴, 엔비디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AMD, 퀄컴 등이다.

개별 종목 수익률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도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테슬라 주가의 2배 수익을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 ETF’(TSLL)의 순매수 결제액은 1억 5,139만 달러로 집계돼 순매수 상위 7위에 올랐다.

이제충 CSOP자산운용 캐피탈마켓부 상무는 “한국 대표 국민주 삼성전자에 대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출시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장중 거래가 가능하고, 최근처럼 관세 전쟁, 국내외 정치적 사건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가격변동에 즉각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CSOP자산운용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대만·홍콩증시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추가로 상장할 예정이다. 시가총액 2천억 달러 이상 종목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