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믿고 맡기겠나'...금융사고 피해액 '눈덩이'

입력 2025-05-12 06:30
수정 2025-05-12 09:48


은행권에서 사기나 내부 직원 일탈로 인한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에만 13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피해 금액은 857억9천900만원에 이른다.

하나은행이 5건, 488억4천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건수 기준으로 국민은행(4건·110억9천800만원), 농협은행(2건·221억5천100만원), 신한은행(2건·37억500만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사고 공시가 없었다.

단일 사고 규모로는 하나은행이 지난달 14일 공시한 외부인 사기에 의한 금융사고가 305억원으로 가장 컸다. 차주사가 부동산 구입을 위한 잔금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제출했던 계약금, 중도금 이체확인증이 허위 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에서도 수백억원대 외부인 과다대출 사고 가 있었다. 대출상담사가 다세대 주택 감정가를 부풀 려 약 205억원 규모 주택담보대출을 일으킨 건이다.

내부 직원 일탈도 빈번했다. 하나은행에서는 내부 직원이 허위 서류를 받고 거래처에 약 75억원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직원은 해당 거래처와 관련인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적으로 금전을 빌려주기도 했다.

국민은행에서는 올해 직원이 연루된 배임 사고만 2건이다. 지난 9일 국민은행 공시에 따르면 실제 분양자가 아니라 시행사와 시공사 관계인이 분양받은 것으로 꾸며 장기 미분양 상가를 담보로 약 46억원의 대출이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이 업체 신용등급을 임의로 조정해 대출이 나간 사례도 있었다.

신한은행에서는 수출입 업무 담당 직원이 은행과 거래하는 업체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아 3년간 17억원을 횡령했다.

지난해부터 은행권 금융사고 건수와 피해 금액이 급격히 불어났다. 5대 은행 금융사고 건수는 지난 2020년 51건에서 2023년 36건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86건으로 급증했다.

피해 금액은 2020년 약 59억원에서 2022년 약 822억으로 늘었다. 2022년 사고 건수는 40건으로 2020년보다 적었으나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해 금액이 커졌다.

이후 피해 금액은 2023년 약 51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금융사고 건수 증가로 1천774억원까지 불어났다.

올해는 13건·857억9천900만원으로 벌써 피해 금액이 지난해(1천774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게다가 올해는 공시된 금융사고(10억원 이상 금융사고) 기준이라, 공시하지 않은 금융사고도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수년 새 내부통제가 강화되고, 임의 대출 규제로 인해 과거 사례가 많이 적발되고 있다고 해명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에서 직원의 재량권이 많이 인정되던 관행도 있었다"며 "내부통제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과거 취급됐던 대출들이 적발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