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혔는데…주7일 배송, 한진에 '독' 된다

입력 2025-04-29 14:40
수정 2025-04-29 15:03

한진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주 7일 배송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고객사를 놓치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지만 경쟁사를 압도할 '필살기'가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호재에 반응해야 할 주가 역시 보합선에서 요지부동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산업부 이지효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한진은 1분기 실적도 괜찮지 않았습니다. 주 7일 배송을 하면 수익성에 더 좋은 거 아닙니까.


고객 입장에서는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도 택배를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하죠.

판매하는 쪽에서도 주 7일 배송을 선호할 수 밖에 없고요.

고객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택배 업체는 주 7일 배송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진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진은 1분기 영업이익 262억원을 내 전년 동기에 비해 12% 증가했습니다.

CJ대한통운은 다음 달 1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요. 영업이익 추정치를 보니까요.

주 7일 배송으로 인한 비용이 늘면서 15.54% 감소한 924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입니다.



한진은 지난해 물동량 기준으로 택배 시장 점유율 4위입니다.

1위는 로켓 배송으로 빠르게 성장한 쿠팡(37.6%), 2위는 CJ대한통운(27.6%)입니다.

3위는 점유율 10.3%의 롯데글로벌로지스인데요. 한진(9.7%)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택배 업체만 놓고 보면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의 경쟁인데요.

업계 최초로 CJ대한통운이 올해부터 주 7일 배송을 시작했고요.

롯데글로벌로지스도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에서 주 7일 배송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죠.


주 7일 배송에 드는 비용이 그렇게 큰 가요.


제가 조금 전에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주 7일 배송을 검토 중이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주저하는 이유가 바로 비용 때문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고객의 니즈를 조사하고 있다"며 "비용과 효율을 따져 언제쯤 하는 것이 맞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죠.



대신 '약속 배송'이라는 게 있는데요. 고객이 원하는 시간 대를 지정해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입니다.

배송 가능한 시간은 오전, 오후, 야간, 새벽, 일요일이고요.

현재 일요일 배송은 서울만 하고 있습니다. 공휴일은 아예 하지 않고요. 롯데 측은 이게 더 효율적이라고 봤습니다.

추가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주 7일 배송을 기존 인력으로 하려면 택배 기사는 일을 더해야 하죠.

이에 따른 인건비, 그리고 물류 운영비 등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상온 물류 센터 건설 비용을 봐도 과거 평당 200만원 선에서 지금은 350~400만원 선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진 역시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노삼석 한진 대표는 지난해 1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용도 수백억원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고객이 원하면 검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진에 있는 택배 기사가 1만여 명 정도거든요. CJ대한통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죠.

사람을 더 뽑거나 택배 기사에게 추가 수당을 줘 더 일하게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에 맞서 업계 전반이 당일 배송, 휴일 배송을 강화하는 만큼,

지금의 고객사라도 지키려면 주 7일 배송을 도입해야 했던 겁니다.


주 7일 배송을 도입한 한진은 쿠팡이나 CJ대한통운 같은 경쟁사를 이길 수 있을까요.




증권가에서는 택배 시장이 이미 과점화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물류 업체에 투자할 때는 주요 화주가 누구인지를 봐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화주란 택배 서비스의 수요자, 즉 고객사를 말합니다.

쿠팡은 일단 자체 물량을 소화하기도 빠듯합니다. 택배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통해 로켓 배송 등을 하고 있죠.

CJ대한통운은 어떨까요.

일단 올리브영, 제일제당, 오쇼핑 등 CJ 그룹사 물량이 있겠고요.

신세계, 네이버, 그리고 테무 및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까지 화주를 다수 보유했습니다.

다만 한진은 기존 주력이었던 쿠팡이 자체 물류망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4월 이탈했죠.

그렇다고 CJ, 롯데처럼 그룹사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한진 측은 지난해 사업 보고서에서 "2만 7,000여 개의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며 "매출이 특정 회사에 편중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다시 말하면 굵직한 화주 모멘텀이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커머스 업체는 대부분 판가 인상을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주 7일 배송에 비용이 드는 만큼 상승분에 대한 가격 전가를 인정하는 거죠.



단 조건은 플필먼트 등 고부가 서비스 경쟁력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풀필먼트란 물류 업체가 판매자 대신 상품 준비부터 포장, 배송까지 물류의 전 과정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현재 쿠팡은 전국에 48개 정도의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요.

CJ대한통운 역시 신선식품에 특화된 용인 센터, 고가품 보안 체계를 갖춘 여주 센터, B2B 전용 거점인 양지, 동탄 센터 등이 있습니다.

한진의 플필먼트 거점은 인천공항 글로벌 물류센터(GDC)가 유일했죠.

경쟁사인 쿠팡, CJ대한통운에 비하면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죠.


앞으로 플필먼트 같은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 승산이 있을 거 같은데요.


물류 인프라 확대에 소극적이던 한진은 최근 대전 메가 허브 터미널에 투자를 단행했죠.

총 2,85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곳에도 플필먼트 센터가 같이 구축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의 부채 비율은 121.71%에 달합니다.

통상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서면 자본 대비 빚을 많이 내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한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256억9,400만원이고요.

단기 차입금은 1,708억8,200만원, 장기 차입금은 2,336억4,500만원입니다.

당장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쓸 자체 여력이 부족한 겁니다.

지배적 사업자여야 가격 전가라도 가능할 텐데요. 한진은 점유율 3~4위 수준이죠.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 도입 이후 택배비를 최대 100원 인상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한진의 택배 사업 부문 매출은 내수가 100%거든요.



내수 침체로 국내 택배 물량이 줄어드는 점도 리스크죠.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1~2월 쿠팡을 제외한 국내 택배 물동량은 5억8,000만 상자로 추정됩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4% 줄어든 거고요. 이커머스 거래액도 최근 주춤한 상황이죠.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따라 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는데요.

쿠팡이라는 주요 고객사 이탈, 물류 투자비 등 그간 리스크를 털고 이제 막 실적 턴어라운드를 꾀하던 상황에서,

주 7일 배송이라는 결정이 한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