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 등 터진 엔비디아..."협상 카드 됐다"

입력 2025-04-17 06:34


엔비디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 최대 협상 카드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인 H20 등을 포함한 새로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을 미 상무부가 지정해 규제를 더 강화했다.

H20 칩은 미국 정부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엔비디아가 중국에 제공할 수 있는 최고급 사양의 AI 칩이었는데, 이마저도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격해지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그에 상응하는 관세로 맞대응하는 등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WSJ은 "엔비디아는 이제 AI 개발을 둘러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 사이에 끼이게 된 셈이 됐다"며 "AI 컴퓨팅 분야에서 엔비디아 입지는 매우 강력해 하위 사양 칩조차도 수요가 넘쳐나지만,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이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엔비디아 매출에서 H20 칩 비중이 크지 않지만, 엔비디아가 계속 월가의 기대 이상으로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해 나가는 데에는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H20 칩 중국 수출 규제로 55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WSJ은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되기 하루 전 엔비디아가 미국 내 AI 슈퍼컴퓨터 제조를 위해 최대 5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미국 내 제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라고 짚었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Mar-a-Lago)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 참석한 뒤 백악관이 중국 내 H20 칩 판매 금지 계획을 철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WSJ은 "그러나 고조되는 무역 전쟁은 미국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 결코 좋은 환경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