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는 부자들…"아직은 때가 아니다"

입력 2025-04-16 09:20
수정 2025-04-16 10:41


국내 자산가들이 올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며 예금, 금, 채권 등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하 '영리치'는 해외주식과 가상자산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부자의 금융행태를 분석해 16일 발간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3천10명(부자 884명·대중부유층 1천545명·일반대중 58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프라이빗 뱅커(PB) 인터뷰를 기반으로 했다.

부자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대중부유층은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이다.

설문에 응답한 부자 중 74.8%는 올해 실물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 예상한 응답자도 63.8%였다.

경기 전망이 어두워 부자들은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에 소극적이었다. 향후 1년 자산구성 계획과 관련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65.7%였다.

조정 의향이 있는 경우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15.2%)는 응답이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8.4%)는 응답보다 많았다.

부자들은 올해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둘 것이라며 예금(40.4%)을 투자 의향이 있는 자산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안전자산인 금(32.2%)과 채권(32.0%)이 2, 3위를 차지했고 상장지수펀드(ETF)(29.8%), 주식(29.2%)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은 20.4%로, 조사 대상 12개 자산 중 8위에 그쳤다. 부자의 부동산 매수 의향은 2024년 50%에서 올해 44%로 줄었다. 추가 매입 의향 역시 42%로, 전년(49%)보다 낮아졌다.

다만 연구소는 "올해 부동산 투자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해도 부자의 부동산 매수 의향(44%)은 일반대중(3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부자는 부동산에서 또 기회를 찾으며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40대 이하 '영리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6% 늘어 50대 이상 올드리치(연평균 3%)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영리치의 평균 자산은 60억원대로 이중 금융자산은 30억원 수준이었다.

영리치의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이다. 영리치의 주식 보유율은 78%로, 올드리치(66.4%)의 약 1.2배 수준이었다.

전체 주식 중 해외주식 비중이 약 30%로 올드리치(20%)보다 많았다. 영리치들은 올해 해외주식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가상자산 보유율은 29%로, 금융상품 중 가장 낮지만 올드리치(10.0%) 보다는 3배 수준이었다.

황선경 연구위원은 "영리치는 가상자산 투자를 포함해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고 올드리치보다 금융을 활용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부유층과 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가상자산 보유 비중은 2022년 12%에서 2024년 18%까지 늘었다.

과거 가상자산을 보유했던 14%까지 더하면, 부유층 응답자 3분의 1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었다.

가상자산 평균 투자액은 약 4천200만원이었다. 투자자 중 34%가 4종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방식은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 수시로 매입하는 경향이 컸다.

가상자산에 대해 설문 응답자의 약 70.4%가 '변동성이 도박처럼 커 위험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향후 성장 가능성이 커 포트폴리오 확대를 고려 중'이라는 응답 비율은 부자에서 21.5%, 부자 외에서 17.4%로 나타났다.

윤선영 연구위원은 "부자가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곧 해당 영역의 성숙을 의미한다"면서도 "제도적 안전망이 미흡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 가상자산의 호불호는 명확히 갈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