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스마트폰과 반도체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수위를 대폭 낮췄습니다. 전 세계 공급망 충격은 일부 덜게됐지만, 하루 하루 내놓은 발언이 달라지면서 정책에 대한 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에 나가 있는 김종학 특파원 연결합니다.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모호한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 같군요?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일요일인 오늘 오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금요일에 관세 예외 발표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본인이 직접 전자제품의 한시적인 관세 면제를 서명하고선, 관세 예외 코드 분류가 아닌 마약류 펜타닐과 관련한 20% 관세는 유효하다는 겁니다.
앞서 현지시간 금요일 밤, 미 관세 국경보호청은 연방 관보를 통해 지난 5일 발효했던 ‘특정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한다고 공개했습니다.
알려진대로 약 20개의 세관 분류 코드에 해당하는 제품들, 특히 중국에서 만든 컴퓨터와 스마트폰, 반도체 제조장비, 저장장치, 디스플레이 모니터, 태양광 셀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UFC 경기 관람직전 열린 브리핑까지만 해도 별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반도체에 대한 별도 관세를 월요일에 구체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말 외엔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전부터 백악관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무역고문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잇따라 현지 매체에서 각각 “관세 면제도 예외도 없다”, 또 “전자제품들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세에 포함된다”고 말해 불확실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현지 소비자 심리는 미시간대 집계 기준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는데, 실제 관세 유예 발표 직전 현지 애플 매장 주변에서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잠시 보시죠.
[에릭(25)/ (혹시 미리 사야 한단 압박이 있나요?) 음 약간 그런 압박은 있어요. 이제는 똑같은 제품을 사려면 전보다 돈을 더 써야 해요. 예전엔 싸게 살 수 있던 것들이니까요”]
[미 현지 매장 직원(음성 변조) / “사실 손님 수는 조금 늘었어요. 사람들이 그런 이슈(가격 인상)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소비자 행동자체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아요”]
90일간의 유예 기간에 돌입했지만, 품목별 관세는 아직 윤곽이 다 나온 것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 시장에 영향이 큰 반도체 관세가 아직 공개되기 전이죠. 내일 발표한다는 겁니까?
관세를 부과하려면 미국의 무역법232조에 따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다, 아직 시점, 부과 규모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즉 현지시간 14일에 얘기하겠다고 공개했는데, 러트닉 상무장관의 발언을 들어보면 “이번 주 연방관보에 관련 고시가 올라올 것이다”, “한 두달 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현재 미국이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다시 정리해보면, 전 세계 교역국에 동일하게 10%씩 9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 8일까지 적용하는 겁니다.
다만 중국산 제품에 한정해 145%의 관세를 부과하되, 아이폰 등 전자제품이 국가 안보 품목으로 변경돼 면제 적용을 받았고, 멕시코와 캐나다는 USMCA 협정 외 제품만 25% 적용을 받습니다.
이와 별도로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 25% 관세가 적용되어 있고, 반도체와 구리,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은 여전하지만 관세 보복을 주고받던 미국과 중국이 수위를 더 높이진 않고 있습니다. 양측간 대화는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중국이 오늘 희토류에 대한 보복 관세에 나섰죠. 맞불 관세로 대응하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미국도 양측간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카운터 파트너를 두고 관세 발표 전후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양측 정상 수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지난주 미국 국채시장의 급격한 하락 배경에 대량의 미국채를 매도한 특정 국가가 있는지에 대한 소문도 많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 미국과 중국이 강대강 충돌에서 돌아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 당시 단상에 있던 하워드 러트닉, 무역 고문인 피터 나바로 등에 가려져 정책에서 배제됐다는 우려도 낳았지만,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이 지난주 4.5%, 30년물이 5%에 육박하면서 달러 기반 자산의 붕괴 징후가 나타났는데, 이런 파장이 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설득을 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품목 면제가 없다는 입장을 지금 번복하고 있지만, 각 나라별 협상과 해법을 동시에 모색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가능성도 열려있습니다.
우리 시장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미 증시 선물로 현재 상승 중입니다. 월스트리트는 긍정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까?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 수위가 낮아지거나 최소한 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열리면서 애플은 간밤 선물 시장에서 6% 넘게 뛰고 있습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가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한 미 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의 지난 금요일 콘퍼런스콜 발언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 대형 투자은행 그리고 자문사 등의 의견은 위기가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JP모건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절반 수준의 확률로 여전히 보고 있고, 모건스탠리는 90일간의 관세 유예에도 실효 관세율이 이미 23%로 역사적 고점이라고 경계합니다. 이로 인해 올해 미국의 연간 성장률은 0.6%에 그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보다 규모가 작은 아카데미 증권은 과격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는데, 이번 관세 정책 유예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인 계산이 아니라 시장 붕괴 직전에 개입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은 일개 금융회사만이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정말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할 만큼, 시장의 추가 악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개입 가능성을 두고 미니애폴리스 연은의 닐 카시카리 총재는 미국의 자산 시장의 이른바 '뉴 노멀'을 투자자들이 가늠하기 시작했다면서, 연준이 현재로써는 매우 제한적인 수단만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