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71억 8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2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2000년대 들어 역대 3번째로 길게 흑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미국 신정부의 관세 영향으로 4월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71억 8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직전 1월(29.4억 달러)보다 42억 달러 이상 많고, 작년 동월(64.4억 달러)보다도 흑자 규모가 크다.
2월 기준으론 2016년, 2017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준의 흑자 폭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커졌으나 전월의 계절적 요인 해소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늘어나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항목별로 상품수지 흑자가 81억 8천만 달러로, 전월(25억 달러)이나 지난해 2월(69.2억 달러)을 웃돌았다.
수출(537억 9천만 달러)은 1년 전보다 3.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28.5%)·의약품(28.1%)·승용차(18.8%)·정보통신기기(17.5%) 등이 증가했지만, 반도체(-2.5%)·석유제품(-12.2%) 등은 줄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9.2%)에서 호조를 보인 반면 중국(-1.4%)·일본(-4.8%)·EU(-8.1%) 등에서 부진했다.
같은 기간 수입(456억 1천만 달러)은 1.3% 늘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탄(-32.7%)·가스(-26.7%)·원유(-16.9%) 등 원자재 수입은 9.1% 줄었지만, 반도체제조장비(33.5%)·반도체(5.0%)·정보통신기기(4.0%)를 비롯한 자본재 수입이 9.3% 증가했다. 이밖에 직접소비재(15.9%)·곡물(2.8%) 등의 소비재 수입도 11.7%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32억 1천만 달러 적자로 2023년 9월 이후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다.
항목 가운데 여행수지는 14억 5천만 달러 적자였다. 겨울 방학, 설 장기 연휴 등 계절적 요인이 해소되며 1월(-16.8억 달러)보다는 적자가 줄었다.
반면,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관련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이 늘면서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도 5억 8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송 부장은 "다양한 서비스수지 구성 항목들에서 일시적인 요인들이 중첩돼 나타난 결과라며 기조적인 흐름은 아니다"고 말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26억 2천만 달러로 전월과 같은 수준이었다.
증권투자 배당소득 수입 축소로 배당소득수지(16.8억 달러) 흑자가 1월보다 약 2억 달러 줄었지만, 증권투자 이자소득 지급 감소로 이자소득수지 흑자는 한 달 새 8억 8천만 달러에서 12억 달러로 늘었다.
향후 경상수지 전망과 관련해서 송 부장은 "3월 통관 기준을 보면 3월에도 상품수지는 양호하다"면서도 "3월까지는 감내 가능한데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시장에서는 강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4월 이후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 우회 수출이나 동남아쪽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면 대중 수출도 감소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