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 25% 관세…한미 FTA 무력화

입력 2025-04-03 14:50
수정 2025-04-03 17:11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에 따라 한국이 대부분 미국산 상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FTA 체결국 중 한국에 가장 높은 25%의 상호관세 세율을 부과했습니다.

세종스튜디오 연결합니다. 전민정 기자, 먼저 미국이 25% 관세율을 책정한 근거는 무엇인지부터 짚어보죠.


당초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를 '더티 15'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관심이었는데요.

백악관은 '더티 15'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무역불균형 측면에서 '최악의 위반국가' 약 60개국을 발표하며 여기에 한국을 포함시켰습니다.

일단 미국은 오는 5일부터 국가비상경제권법, IEEPA에 근거해 모든 국가에 기본적으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무역적자가 큰 60개 ‘최악 국가’에는 기본 관세율 이상의 추가 관세율을 적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차트를 보면요. 한국에 대해선 미국을 상대로 환율 조작과 무역장벽까지 50%의 관세율을 부과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율과 동일하게 한국에도 5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겁니다.

다만 미국은 이번에 각국에 상호관세율을 부과하면서 일률적으로 절반 정도 깎았는데요.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최종 상호관세율도 25%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0% 보편 관세에 15% 가산 관세가 더해졌다고 설명했고요.

하지만 한미 FTA로 미국 상품에 대한 한국의 실효관세율은 0.79%에 불과한데, 아무리 환율 조작과 비관세 장벽을 높게 세웠다하더라도 어떻게 50%라는 높은 세율이 책정됐는지는 의문입니다.

미국은 그 배경과 근거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구체적인 계산식도 내놓지 않았는데요.

국제금융센터는 이에 대해 실제로는 단순하게 지난해 미국과 각국의 상품수지를 해당국가의 미국 상품 수입으로 나눴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미국의 대한국 상품수지는 지난해 660억달러 적자이며 이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품 수입액인 1,315억달러로 나누면 -50.2%로 백악관이 공개한 세율 50%와 일치합니다.

환율조작과 무역장벽을 고려했다더니 단순 나누기로 산출한 '황당 계산법'인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협정을 맺고 있어 미국과 대부분의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해왔는데요. 하지만 FTA 체결국 중 가장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수출은 물론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맞습니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품에만 25%의 관세가 붙게 되면서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FTA에 따른 무관세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는데요.

그 뿐만 아니라 한국의 상호 관세율이 경쟁국인 일본, 유럽연합 등보다 높게 책정돼 한미 FTA가 작동될 때에 비해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됐습니다.

당장 대미 수출부터 걱정입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4% 증가한 1,278억달러, 대미 무역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배터리 등인데, 이 중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현지시간으로 3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되며 반도체 등 나머지 품목들도 관세 대상에 오른 상태입니다.

또 오늘 로이터통신은 연방 관보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5% 자동차 관세는 한 달 후인 5월 3일부터 150개 자동차 부품으로도 확대됩니다.



산업연구원은 앞서 트럼프 관세 조치에 대한 시나리오별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 20% 부과를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하고 대미국 수출이 13.1% 감소할 수 있다고 봤는데, 실제론 그 이상의 타격이 우려됩니다.

수출에 기대고 있는 우리 경제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늘 한국은행이 내놓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전쟁이 심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0.1%포인트, 내년 0.4%포인트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올해 1.5%, 내년 1.8%였던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관심을 끄는 건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의 협상인데요. 트럼프 행정부도 이미 '선 관세 부과 후 협상' 입장을 분명히 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국가적 리더십 공백 상태이지 않습니까,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할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우리 정부는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2시간만인 오늘 아침 7시, 긴급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주재했는데요.

한 권한대행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기업과 함께 상호관세의 상세 내용과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 협상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안 장관도 이어 오전 11시 30분 '민관 합동 미 관세 조치 대책 회의'를 열어 업계와의 공동 대응 전략을 논의하며 "저와 통상교섭본부장 방미를 포함해 긴밀한 대미 협의를 계속 추진하고 업종별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향후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과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율을 낮추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탄핵 정국에 따른 리더십 부재로 협상력은 약한 상황입니다.

통상 고위급 인사를 네 차례나 워싱턴에 보내 협상에 나섰지만, 트럼프가 행사에서 한국 자동차 등을 직접 언급한 것만 봐도 백악관 최고위급에서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죠.

특히 미국은 최근 한국 정부에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까지 요구하고 있는데요.

협상력 부재에 미국으로부터 제대로 받는 것 없이 사업성도 검증되지 않은 대형 투자를 국가가 세금으로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종스튜디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