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최고 피해자는 미국"...물가 폭등 '초읽기'

입력 2025-04-03 08: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미국 소비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든 국가에 '10%+α' 상호관세 부과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미 소비자들에 전가되고,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일부 경제학자들은 관세율 인상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며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구축한 한 모델에 따르면 '극단적' 시나리오에서 수입품에 대한 높은 세금이 핵심 인플레이션을 1.4%∼2.2%포인트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월 예일대 예산연구소(Budget Lab)는 미국이 다른 국가의 관세 및 부가가치세(VAT) 수준에 맞추면 미국의 실질 관세율은 13%포인트 상승하고 소비자 물가는 1.7∼2.1%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주요 무역 상대국에 이날 기본관세인 10%를 훌쩍 웃도는 상호관세를 부과돼 소비자 물가는 예상치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은 특히 저소득 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는 앞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가구당 평균 연간 5천200달러의 부담을 줄 것이라고 추정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관세로 인해 "부유층보다 지출의 더 많은 부분을 상품 구매에 쓰고 저렴한 수입품을 선호하는 저소득 가구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미 물가는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이 지수는 미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 구매시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한다. 상승률은 전년 및 전월 대비 모두 지난 1월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1월(2.7%)보다 확대됐다. 근원지수는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더 잘 반영한다.

근원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지난해 1월(0.5%)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 경제의 동력인 소비 지출도 위축되고 있다. 2월 명목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4% 증가해 0.5% 증가인 전문가 전망을 밑돌았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증가율은 전월 대비 0.1%에 그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인들이 관세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로 사람들은 새로운 관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 때까지 지출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 "소비자 지출은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 엔진이 멈추면 경제적 여파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 상승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춰 경제 악순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당초 올해 4회에 걸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계속되는 물가 상승 때문에 2회로 줄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이전에 발표한 관세만으로도 미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조세 분야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의 보고서는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등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0.4% 줄고,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6년 미국인의 가처분 소득이 평균 1.0% 줄어들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 가처분 소득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미국 역시 수출 감소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상호 부과에 대해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 조치가 나오면 미국 수출이 66.2% 감소해 전 세계에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