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 군함 MRO 규제 풀렸다...'55조 전쟁' 개전 [방산인사이드]

입력 2025-04-02 17:20
수정 2025-04-02 17:23
2025년 1월 1일부로 개정 법령 발효
지난 2월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서 공표
MSRA 대상 함정에서 군수지원함 제외
전투함은 MSRA 협약 체결 조건 유지

K방산의 미래 먹거리인 연 55조 원 규모의 미국 해군 군함 수리, MRO 시장이 무한 경쟁에 돌입합니다.

그동안 미 MRO 사업을 하려면 함정정비협약을 맺은 기업만 가능했는데요.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관련 법안이 개정되면서 진입 문턱이 없어졌습니다.

사안 단독 취재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미 군함을 수리할 수 있는 일종의 라이센스가 사라진 건가요?


복수의 해군 고위 관계자는 "최근 MSRA가 없어도 미국 해군의 군함을 MRO, 즉 수리를 할 수 있도록 미 현지법이 개정됐다"고 밝혔습니다.

MSRA는 미 군함의 MRO 사업을 하기 위해 반드시 체결해야 하는 함정정비협약입니다.

취재 결과 미 해군 군수사령부는 지난 2월 일본 요코스카 해군 기지에서 조선사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 기지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일대를 방위 중인 미 해군 7함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당시 발표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했는데, 화면을 통해 같이 살펴보시죠.

미 해군은 올해 1월 1일부로 군수지원함 MRO에 한해 공개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단 전투함 MRO는 여전히 MSRA를 체결한 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미 정부 공식 홈페이지도 접속해봤습니다.

미 국방부 조달 규정 가운데 선박 MRO를 위한 포괄 계약서 부분이 바뀌었던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 군함을 MRO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미 국방부 조달 규정에 따라 MSRA 자격을 획득해야 했는데요.

이제는 군수지원함의 경우 따로 협약을 맺지 않아도 누구나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미 군함 MRO 사업이 사실상 무한 경쟁 체제가 된 것인데,

큰 변화가 불가피하겠네요?


국내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선박 전문 수리사인 선진조선 등 3개 업체만 MSRA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HJ중공업도 MSRA 체결을 위해 전담 태스크 포스를 꾸린 상태고요.

그간 MSRA가 있는 기업들만 시장을 공략했다면 앞으로는 모든 기업이 뛰어들 수 있게 된 건데요.

진입 장벽이 무너지면서 국내 MRO 업계 양대 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수주전 확전으로 출혈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속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미 해군은 당초 올해 10척 안팎의 물량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수를 더 늘리기 위해 법령을 개정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해와 올해 40척 넘는 군수지원함이 MRO 소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대형 조선사부터 중소 조선사까지 군함 수리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단독으로 작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이 하청 형태 등 다른 조선사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잠재적인 경쟁국인 일본의 경우 MRO 사업을 할 도크가 포화상태인 만큼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인도, 필리핀, 싱가포르 등은 우리와 비교해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분간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수십 년간 고수했던 법안을 개정할 정도로 타국에게 군함 수리를 맡기는 겁니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글로벌 해양 패권을 놓고 대립 중인데 해마다 수적 열세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군함의 수는 219척으로 234척인 중국에 밀린 상황입니다.

미 해군 정보국은 중국의 건조력을 따졌을 때 오는 2030년이면 양국 간 군함 수 격차가 200척 넘게 벌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미 해군이 운용 중인 군함 대다수가 노후화로 인해 고장났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 MRO 지원을 요청하는 겁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도 "자력으로는 군함 수 유지 조차 벅찬 상황으로 한국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군수지원함 MRO 사업이 정착될 경우 대상이 전투함으로 확대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군함 건조도 노릴 수 있습니다.

미 의회 예산국이 발간한 '2025년 해군 군함 건조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30년 동안 약 100척의 군함을 전력화할 계획입니다.

이에 우리 돈 1,600조 원을 쏟을 방침인데 자국 조선업이 쇠퇴한 만큼 군함 건조 역시 한국 등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큽니다.

연간 미 해군의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은 11조 원, 함정 건조 시장이 4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