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뚫고 동남아로'...코스맥스의 이유 있는 질주

입력 2025-04-01 14:35
수정 2025-04-01 14:36

최근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견기업인 코스맥스가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화장품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 관세 이슈나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따른 동시 수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산업부 성낙윤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성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는데, 코스맥스의 상황은 어떤가요?


코스맥스는 화장품 전문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 기업입니다.

유명 브랜드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개발부터 제조, 공급까지 모두 도맡고 있습니다.

현재 코스맥스는 미국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3년 뉴저지에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요, 연 2억8천만개의 생산 능력을 갖췄습니다.

이 물량은 거의 100% 북미 내수 시장에서 소화됩니다.

취재해보니,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 이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는데요.

코스맥스는 고객사 측의 요청에 따라 브랜드명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단 입장입니다.

다만 화장품 시장의 킬러 아이템으로 꼽히는 쿠션 파운데이션, 젤 타입 아이라이너, 립틴트 등이 코스맥스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코스맥스 매출 비중 기준 우리나라(1조3천억원)와 중국(5,700억원)에 이어 3위(1,300억원)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지금은 미국이 우리나라 화장품에 부여하는 관세는 없지만 나중에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코스맥스의 경우 앞서 살펴본 대로 미국 현지에서 다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칼날을 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K-뷰티의 유명세는 중국이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데, 코스맥스의 중국 상황은 어떤가요?


미국과 유럽 뷰티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의 소비력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코스맥스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상하이에 사옥을 건설하고 있고, 상하이와 광저우 2곳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중국 고객사는 1,100여 곳에 달합니다.

중국 정부의 '내수 살리기' 효과까지 더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높습니다.

교보증권은 "중국 경기 부양책 효과가 가시화되면 로컬 중국 브랜드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코스맥스가 최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오는 5월로 예상되는 중국의 한한령 해제 소식도 또 다른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최근 한 외신은 "중국이 한국 관광객과 K팝 등 문화콘텐츠를 수용하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며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유지해 온 한한령을 점진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동남아 국가에서도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구요?


동남아에서 코스맥스의 저변도 확대되는 중입니다.

특히 내년부터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모든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에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것) 인증이 요구되는데요.

코스맥스의 인도네시아와 태국 공장은 이미 할랄 인증을 마쳤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차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독보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회사 또한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고른 외형 성장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연간 매출액 증가율 전망치로 광저우 10%, 인도네시아 25%, 태국 50%, 미국 10% 등을 제시한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도 계속 오르고 있고 증권가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스맥스 주가는 올 초(1월2일) 14만100원에서 지난달 14일 기준 18만7,70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는데요. 20% 넘게 오른 셈입니다.

증권가 또한 코스맥스의 목표주가를 22만원 선까지 줄줄이 높여잡고 있습니다.


궁금한 게, 브랜드들의 제품을 개발부터 생산까지 직접 해주고 있다면, 코스맥스 자체 브랜드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닙니까?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요.

코스맥스 관계자는 "'고객사와 경쟁하지 말고, 잘 하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의 철학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코스맥스는 글로벌 화장품 ODM 1위 자리를 10년째 지켜오고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너도나도 뛰어들 수 있는 OEM(주문사 상표 부착 생산)과 다르게 진입장벽이 높고, 일정 위치에 올라오면 지배력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근 인디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브랜드사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는 게 오히려 ODM 업체에겐 호재입니다.

거래처가 다변화되니 일부 브랜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계속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

코스맥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OBM(제조업자 브랜드 개발 생산) 분야까지 나아가겠다는 목표입니다.

쉽게 말해서, 투자자가 돈만 들고 오면 제품 개발을 포함해 브랜드 디자인, 컨셉까지 전 분야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 권슬기, CG 정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