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이 (주)LS의 지분을 전격적으로 매입했습니다.
대한전선과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산업에서의 주도권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이번 지분 매입의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있습니다.
고 기자, 호반그룹은 LS 지분인수에 대해 공식입장이 뭡니까.
호반그룹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은 단순투자라는 겁니다.
전력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다는 설명인데요.
호반그룹의 주력회사인 호반건설은 2023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으로 1조원 가량 보유하고 있고요. 호반산업은 5,300억원 가량 갖고 있습니다.
호반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이 많은 현금에 대한 투자처를 오래 전부터 물색해왔습니다.
이번에 LS 지분을 매입한 회사는 호반산업이고요. 호반산업은 자회사로 2021년 인수한 대한전선을 두고 있습니다.
3% 미만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확히 어느 정도입니까. 이 부분도 취재가 됐나요?
호반산업이 취득한 LS 지분은 2%대로 확인됐습니다.
금액으로는 1,000억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분 매입은 지난달 수차례 거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법에 따르면 3%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기업의 장부나 서류를 열람할 수 있고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을 요구하는 경영 간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력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경쟁사에 투자했다는 설명이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다른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전력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다면 그룹 내 대한전선의 생산능력을 늘린다든가, 연구개발 투자비를 늘린다던가 하는 움직임이 상식적이거든요.
물론 호반그룹이 대한전선 인수 후에 유상증자도 참여하고 해저케이블 공장도 짓고 있습니다.
그런다 해도 현금성 자산 5천억 원을 들고 있는 회사가 1천억 원을 들여 경쟁사 지분을 산다는 건 일반적인 상황에선 납득이 안되는 행동입니다.
결국 이번 지분인수의 본질은 LS그룹 LS전선과 호반그룹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회사 사이에 어떤 일이 있길래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겁니까?
LS전선은 2007년 세계에서 4번째, 국내에서 최초로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전용 공장을 지었습니다.
문제는 LS전선의 공장 건축 설계를 맡은 건축사무소가 2022년 대한전선의 첫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를 맡았다는 점입니다.
LS전선은 이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됐다고 보고 있고요. 지난해 경찰 압수수색이 이어진 끝에 현재 수사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S그룹은 이에 대해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전선업계에서 부동의 1위였던 LS전선의 매출은 갈수록 줄고, 대한전선의 매출은 늘어나고 있어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버스덕트라는 배전부품의 특허문제로도 갈등을 겪고 있는데요. 오늘 나온 2심 선고에서는 대한전선이 LS전선에 물어줘야 할 돈으로 1심 때보다 3배 가량 늘어난 15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한전선은 결과에 불복하며 대법원 상고를 예고했습니다.
이번 지분인수가 M&A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까?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LS의 지분구조를 보면 구자은 회장을 비롯해 오너일가 지분이 32%에 달합니다. 여기에 LS가 갖고 있는 자사주도 15%입니다. 합치면 거의 50%에 육박합니다.
2%대를 사들이는데 1천억원을 썼는데 경영권을 확보하는 수준까지 사려면 단순계산해도 2조5천억원을 써야합니다.
잘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