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 한알보다 작다…극초소형 반도체 등장

입력 2025-03-13 13:50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를 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허정혁 TI코리아 기술지원 이사는 "반도체 사이즈를 줄이면 노이즈에 취약해지는 등 문제가 많이 발생하지만, TI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뿐 아니라 다양한 아날로그 칩을 설계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통후추 한 알보다 작은 MCU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허 이사는 이날 서울 강남구 TI 코리아 오피스에서 'MSPM0C1104 MCU' 칩 출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MCU는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과거 휴대전화가 얼굴만 한 크기였지만 지금은 손바닥만 한 사이즈로 발전한 것처럼, 기기 크기가 작아질수록 탑재되는 반도체의 크기도 작아져야 한다.

TI의 새 MCU는 크기가 1.38㎟에 불과하다. 기존 업계 경쟁 제품보다 웨이퍼 칩 스케일 패키지(WCSP) 크기를 38% 줄였다. WCSP는 반도체를 감싸는 플라스틱을 제거해 극단적으로 사이즈를 줄이는 패키징 방법이다.

사양은 16KB 메모리, 3개 채널을 갖춘 12비트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 6개의 범용 입출력 핀(GPIO) 등이다.

허 이사는 "어떻게 하면 사이즈를 줄이면서 기능을 더 많이 넣을지가 신제품 개발 때마다 엔지니어들이 겪는 문제점"이라며 "기능이 추가됐는데 사이즈가 커지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어렵고, 기능과 크기가 똑같더라도 가격이 올라가면 이 또한 선택받기 어렵기 때문에 같은 폼팩터에 더 많은 기능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MCU는 무선이어폰 등 개인용 전자기기나 웨어러블 기기, 스타일러스 펜, 스마트폰 등에 쓸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체내에 들어가는 프로브(탐침) 등 기기는 작게 만들 필요성이 큰 만큼, 의료 분야로도 신제품이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성능은 유지했다고 허 이사는 강조했다.

자체 설계 역량과 패키징 기술, 칩 내부 회로 설계 기술을 종합해 기존 자사 MSPM0 MCU 포트폴리오에 제품을 추가한 것이므로, 모든 파라미터는 동일하다는 것이 허 이사의 설명이다. 자체 안전성 테스트도 마쳤다.

TI는 이 제품의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허 이사는 "이 칩의 가격은 1천개 단위에서 16센트 정도로 경쟁력 있는 가격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패키지 가격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TI는 2030년까지 생산량의 95%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사진=텍사스 인스트루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