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규제로 비금융업 진출을 못하면서 금융업 경쟁력 전반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21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회사의 非금융업 영위현황과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금융회사의 88%가 해외 금융회사 및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 있어 비금융업 진출을 막는 국내 규제가 금융업 경쟁력에 불리하다고 밝혔다.
또 금융회사 71.5%가 비금융업종도 함께 영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비금융업까지 영위하는 금융회사(39.5%)보다 금융업만 하는 회사(60.5%)가 훨씬 많았다.
규제 개선의 정책과제로는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범위 확대'(55.2%)가 첫 손에 꼽혔다. 이어 '자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비금융업종 범위 확대'(53.3%)와 '비금융사 출자한도 완화'(41.9%)가 뒤를 이었다.
외국에서 비금융업 투자가 가능하도록 규제 개선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은산분리 원칙이 있으나 금융현대화법(1999)에 의해 은행지주회사 중 일정한 자본적정성 등을 갖춘 금융지주회사들은 금융업을 보완하는 비금융업무를 직접 영위할 수도 있다.
일본 역시 2016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핀테크기업에 대한 출자제한을 완화했고, 부수업무 범위를 계속 확대하면서 은행들이 지역상사와 광고업, 인력소개업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금융-비금융 간 칸막이가 높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사 주식을 5%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고, 자회사 경영관리 등을 제외하고는 영리목적의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도 없다.
또 은행·보험회사의 경우 비금융사에 대해서는 15% 출자제한을 두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는 금융권의 비금융업 영위가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어 금융산업 성장이 제한적"이라며 "앞으로 우리 경제는 기술과 금융의 역할이 융합된 성장을 하기 위해 금융산업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