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한 달간 예측 불가…연준, 교착상태 빠졌다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5-03-06 08: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 일부에 대한 관세를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뉴욕증시가 사흘 만에 반등했다. 미 완성차 3사는 많게는 7% 급등하는 등 최근 하락을 만회했고, 오전 내내 보합을 오가던 대형 기술주들도 강한 상승을 기록했다.

현지시간 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전날보다 64.48포인트, 1.12% 상승한 5,842.6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67.57포인트, 1.46% 오른 18,552.73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485.60포인트, 1.14% 뛴 43,006.59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1.32% 내린 104.35까지 밀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미 의회 합동 연설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확대하겠다는 언급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가 2.65% 내린 배럴당 66.45달러까지 떨어졌다.

시장의 흐름을 뒤집은 건 이번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입에서 시작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관세를 완화할 것이라고 시사한지 하루 만에 백악관에서 공식 차량 관세 유예를 발표했다. 미 백악관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 협정(USMCA)을 통해 수입한 차량에 한 달간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관세 유예는 내달 2일 적용하는 상호관세 발효 시점에 맞춰 진행된다. 또한 이날 자동차 업체 관계자들과 대화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 내 추가 투자 발표 등을 대가로 정책이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주식시장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반등했지만, 2주 앞으로 다가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 개장에 앞서 나온 미 ADP 민간 고용보고서에서 지난 2월 고용은 7만 7천 명으로 예상치 14만 8천 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한 이날 지표는 1월 수정치 18만 6천 명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불확실성과 소비둔화에 대한 우려로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민간 임금 상승은 4.7%, 이직자 임금은 1년간 6.7%로 전월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에서 집계한 서비스업 업황은 1월 52.8에서 53.5로 소폭 상승했다. 미국 경제의 70%를 이끄는 서비스업의 회복이 확인됐지만 세부 지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따. 신규 주문 건수가 52.5로 상승했음에도 투입 물가와 관세에 대한 우려가 더해져 가격 지수가 62.6으로 한 달전 60.4에서 크게 뛰었다.

또한 S&P글로벌이 15분 먼저 공개한 동일한 지표는 1월 52.9에서 51.0으로 하락하는 등 미국 제조업의 불안한 회복과 서비스업황의 성장이 식어가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미 연준(Fed)에서 공개한 보고서인 베이지북은 1월 중순이 경제 활동이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통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2주 전 공개된다. 연준은 미 전역에서 필수품 소비는 견조하지만, 차량 판매가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저소득층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행태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고용 부문은 전반적으로 소폭 증가를 보였지만, 제조업과 정보기술(IT)에서 감소세가 이어졌고, 임금 상승의 증가폭은 둔화됐다. 물가 상승은 보통 수준이지만, 일부 계란 가격 급등의 영향과 제조업, 건설업 등의 원자재 부담이 증가했다는 기록도 담겼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보여주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FedWatch)는 오는 6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내 3차례 인하가 가능하다는 기대가 담겨있다. 그러나 연준의 행보를 대변해온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전날 분석 기사에서 "연준에게는 관세라는 다루기 어려운 위험이 닥쳤다"며 월가 내에서 미니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관세로 인해 공급 충격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금리인상을 부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기가 위축되면서 고용이 감소하면 연준은 금리 인하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BMO캐피탈마켓의 구아티에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어려운 균형 조정에 직면했다"며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별 종목 가운데 이날 시장의 상승세를 만든 트럼프 정부 영향에 제너럴모터스는 7.16%, 스텔란티스는 9.24% 상승했고, 테슬라도 사흘 만에 2%대 반등에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국 경쟁시장청(CMA)가 2019년 이후 오픈AI에 초기 투자와 파트너십을 반독점으로 봤던 기존 조사를 중단한다는 발표에 3.21% 급등했다. 엔비디아가 1%가량 AMD등 반도체 업체들도 상승을 보이는 등 이를 편입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 올랐다. 다만, 인텔은 2.44% 하락하는 등 대조를 보였다. 이날 인텔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 공개 이후 휘말렸던 주주소송에서 승소했다.

미 중국 양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알리바바가 8.6%, 테무를 보유한 핀둬둬가 6%대 상승하는 등 중국 주식들의 강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하루 전 실적 발표에서 전분기 적자 전환과 연간 가이던스가 예상을 밑돌아 정규장에서 6.33% 밀렸다. 비만 치료제를 생산하는 노보노디스크는 디지털 채널을 통한 위고비 직접 판매에 나서면서 3.8% 뛰었고, 경쟁사인 일라이릴리도 2%대 동반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