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당국 압박까지 더해지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속속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이번 주 초 결정될 인하 폭은 최대 0.2%포인트(p) 정도로 검토되고 있다.
앞서 1월 14일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05∼0.30%p 일제히 낮춘 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인하다.
KB국민은행도 3일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8%p 낮춘다. 가산금리 조정은 아니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분을 최대한 빨리 대출금리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달 28일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p 낮췄고, 오는 5일부터 개인신용대출 대표 상품인 '우리WON갈아타기 직장인대출' 금리도 0.2%p 내릴 예정이다.
해가 바뀌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서 벗어난 은행권은 올해 초부터 가산금리 인하나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조금씩 실제 금융소비자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해왔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하 폭이 예금금리 하락 폭에 미치지 못하고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대금리)가 커지자 여론이 나빠졌고, 이를 의식한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잇따라 "대출금리를 낮출 때가 됐다"고 경고하면서 은행권은 계속 기대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다.
다만 최근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은행이 서둘러 큰 폭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과 함께 한 달에 약 7조∼9조원씩 불었던 작년 7∼9월 정도는 아니지만, 가계대출이 연초 다시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2월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모두 736조2천772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2조6천184억원 늘었다.
1월 4천762억원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반등했고, 증가 폭도 작년 9월(5조6천29억원) 이후 가장 크다.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잔액 582조6천701억원)이 2조6천930억원 늘었고, 1월 1조5천950억원 뒷걸음쳤던 신용대출도 1천101억원 다시 증가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다시 불안한데도 당국이 계속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자 은행권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가 늘고, 여기에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에 앞서 막차 수요까지 겹치면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위험을 아는지, 당국도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잘 관리하라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금리를 낮추라고 주문한다. 사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