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10년만에 홍역 사망...장관은 '백신회의론자'

입력 2025-02-27 09:19


미국에서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인물이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오른 가운데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년 만에 처음 나왔다.

미 텍사스주 서북부 러벅시(市) 보건당국은 26일(현지시간) 이 지역에서 최근 유행 중인 홍역 발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사망자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학령기 아동이라고 당국이 전했다. 미국에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에서 최근 어린이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고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오른 가운데 홍역 사망자가 나오면서 공중 보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매체들이 보도했다.

올해 들어 홍역 발병은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조지아, 뉴저지, 뉴멕시코, 뉴욕, 로드아일랜드, 텍사스 등 8개 지역에서 보고됐다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했다.

확산세가 가장 심한 텍사스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이후 전날까지 텍사스주에서 모두 124건의 홍역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 환자의 연령대는 5∼17세 아동·청소년이 62명으로 가장 많고, 0∼4세 유아가 39명, 18세 이상이 18명이었다.

이 환자들 중 5명(4%)만 백신 접종을 받았고, 나머지(96%)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당국은 전했다.

AP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텍사스의 홍역 환자 대부분이 어린이이며, 시골 마을의 메노파교(기독교의 한 분파) 커뮤니티에서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퍼졌다고 전했다. 이곳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을 하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가 나온 러벅시와 인접한 게인스 카운티는 8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곳은 홈스쿨링과 사립학교 커뮤니티가 활발한 곳으로, 지난 학년도에는 거의 14%에 달하는 학령기 아동이 필수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미국에서 공립 초등학교는 필수 백신 접종을 마쳐야 입학을 허가한다.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과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펴 백신회의론자로 꼽힌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이날 홍역 사망자 발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매일 홍역 전염병을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올해 들어 홍역 환자가 여러 명 있었다면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이 "드문 일은 아니다"(it's not unusual)라고 덧붙였다.

그는 홍역 백신 보급 등 연방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성명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CDC는 이날 웹사이트에 홍역 사망자 발생 사실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홍역은 호흡기가 감염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강하다. 보통 발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심하면 실명, 폐렴, 뇌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어린이들이 특히 취약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