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이 단어' 말하니 트럼프가...'발칵'

입력 2025-02-26 09:52


아이폰에서 음성으로 읽으면 텍스트로 전환하는 받아쓰기(dictation) 기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언급되는 버그(bug·오류)가 나타난다는 점이 SNS상에서 널리 퍼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아이폰에서 받아쓰기 기능을 사용할 때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는 단어를 말하면 텍스트에는 '트럼프(Trump)'로 일시적으로 표기된 뒤 원래 단어인 '인종차별주의자'로 수정됐다고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만연한'(rampant)과 '난동'(rampage)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도 가끔 '트럼프'로 표기됐다 고쳐지기도 했다.

이 버그 현상은 틱톡에서 영상으로 널리 퍼져 유명해졌다. 한 틱톡 이용자는 "이건 미쳤다.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면 '트럼프'가 튀어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때때로 음성 인식 모델이 음성학적으로 겹치는 단어를 잘못 표시할 수 있다"며 "우리는 받아쓰기를 구동하는 음성 인식 모델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수정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 팀 출신이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원더러시.AI 창립자인 존 버키는 "이 문제가 최근 애플 서버 업데이트 이후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 시스템 어딘가의 소프트웨어 코드가 '인종차별주의자' 단어를 입력할 때 '트럼프'로 변환하도록 설정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 심각한 장난(serious prank)의 냄새가 난다"며 "누군가 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아니면 코드에 (버그를) 몰래 심어놓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애플의 AI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2018년 시리가 "도널드 트럼프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변으로 나체 사진을 표시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버그는 위키피디아 편집자들이 시리의 정보 출처를 조작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번에 발생한 문제는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에 5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 나타나기 시작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후 지난 24일 애플이 휴스턴에 25만㎡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를 위한 서버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