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물가 공포…월가 단기 조정 경고[글로벌마켓 A/S]

입력 2025-02-22 08:03


미국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인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월간 옵션 만기일이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주요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지시간 2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4.39포인트, 1.71% 내린 6,013.1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38.36포인트, 2.2% 밀려난 1만 9,524.01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주요 편입 종목인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의 급락 여파에 하루 만에 748.63포인트, 1.69% 하락한 4만 3,428.02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최근 랠리를 보여준 국제 금가격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0.26%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2,948.40달러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미 국채금리는 장기국채 발행 확대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의 발언 이후 이날도 7.2bp 내린 4.427%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골드만삭스의 스캇 럽너 전략 전문가는 전날 보고서에서 옵션 만기일인 21일 총 2조 7천억 달러의 자금이 소화될 예정으로 시장의 조정을 부를 수 있다는 전망을 냈다. 그는 오는 3월 세금 정산 시기가 도래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이 줄어들어 시장의 하락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오는 26일로 다가온 엔비디아의 실적으로 이튿날인 27일 전체 시장이 큰 변동성에 노출되는 등 거래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전략가도 “미국 주식은 전 세계 다른 나라 주식 대비 성과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시장을 밀어올린 대형 기술기업 7개 종목(Magnificent 7)의 최근 부진을 거론하며 지수보다 주가 상승이 뒤처진(Lagging) 래그니피센트 세븐(Lagnificent 7)이라고 표현했다. 하트넷 전략가는 “유럽 증시가 2000년 고점을 처음으로 돌파했고, 중국도 부동산 가격 반등과 소비 회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유럽과 일본, 한국 등이 미국 증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는 월가의 우려를 키웠다. S&P글로벌이 매달 집계하는 미국의 제조업,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을 빗나갔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던 서비스업 PMI는 이달들어 49.7로 25개월 만에 첫 50선 아래로 떨어졌다. PMI는 50선 이상일 때 경기 확장, 이하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제조업 PMI가 전달보다 0.4포인트 증가한 51.6을 기록했지만 관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해 재고를 미리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질적인 경기 동력은 약화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와 기대 인플레이션은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미시간대가 수정치로 집계한 이달 소비자신뢰지수는 64.7로 1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이달 초 발표대로 전월보다 1%포인트 뛰 4.3%,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한 달 만에 0.3%포인트 오른 3.5%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3.5%는 지난 1995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기록으로 인플레이션 재점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기술기업을 겨냥한 유럽의 디지털세에 대응한 보복 관세에 서명할 계획이 전해지는 등 정책 우려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 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초대받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협상을 정말 형편없이 해왔다”고 날을 세웠다.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는 -4.05%, 테슬라가 -4.68%, 알파벳은 -2.71% 하락하는 등 대형 기술주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미 법무부가 메디케어 청구 관행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로 -7.3% 급락했다. 메디케어 의존도가 큰 보험사 휴매나도 -5.67%, CVS헬스는 -2.47% 동반 하락하는 등 부당 청구 등에 대한 조사 확대 우려가 보험주를 끌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