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증권사 입금하자마자 700만원 떼어가...'과잉 선취 수수료' 논란

입력 2025-02-20 17:48
수정 2025-02-24 17:59

한 증권사가, 고객 돈을 대신 운용해주는, '랩 어카운트' 성과 수수료를 이해하기 어려운 시점에 떼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보통 성과수수료는 고객이 수익을 챙겨갈 때 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증권사는 돈을 입금하거나 출금하기만 해도, 중간에 수수료 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약관이 그렇다는 건 고객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김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한 지점에서 운용하는 프로주식형 랩.

국내주식 및 국내 ETF 등에 자산의 100% 이하로 투자하는 투자일임계약 상품입니다.

지난해 10월 계약을 맺은 A씨는 지난 1월, 3개월 만에 수익률이 20%를 기록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수익률에 2천만 원을 추가로 입금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입금 직후 675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 입금을 수익 실현이라 보고 입금액에서 성과수수료를 먼저 수취한다. 그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죠. 몇 년 전에도 신한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실무자와 그 회사가 문제를 인지했다면 당연 시스템을 정비했어야 맞죠. 신한이 사용한 방법은 회사에서 업무를 편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신한투자증권의 지점 운용형 프로주식형 랩 약관입니다.

성과수수료 징수시기에 ‘입출금 발생 당일’이라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증권사들은 어떨까.

한국경제TV가 다른 10곳의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성과보수형 랩상품 약관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은 서비스등록일로부터 매 1년째 되는 날이나 해지일에만 수수료를 떼고 있었습니다.

신한투자증권만 고객이 추가 납입을 할 때마다 성과수수료를 선취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겁니다.

주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원금이 돼도 징수한 성과보수는 돌려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성과수수료 선취 사례는 한 고객에게만 국한돼서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신한투자증권 약관 자체가 불공정 약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국에서도 “입출금 시에 성과수수료를 징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는 않다”며 관련 약관을 더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금융투자협회도 “약관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지만, 보유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실현한 사실이 없음에도 성과보수를 중간에 매기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몇 년 전에도 ‘입출금 발생’이라는 성과수수료 징수시점과 관련해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지금까지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진행 중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입금시 성과수수료 징수는 랩 상품에 추가 입금시 고객이 해당상품을 해지하고, 정산 후 재가입해야 하는 절차의 번거로움이 있어 이를 줄이고자, 해지없이 정산을 거쳐 재계산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라며 “다만 고객 입장에서는 낯선 방식이라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수수료 제도로 개편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채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재원

영상편집 : 김정은

CG : 정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