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도 아닌데'...기업 M&A 활발한 속사정

입력 2025-02-20 07:16


불황과 고금리 환경에서도 굵직한 중견기업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연합인포맥스가 취합한 지난해 국내 100억원 이상 규모의 주요 인수·합병(M&A) 완료 건수는 474개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통상 M&A는 경기가 좋고 금리가 낮을 때 활발하지만, 최근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늘어나고 '실탄'과 투자 의지를 갖춘 기업들의 인수 수요가 맞물려 M&A가 다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18개 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1천760여억원을 투입해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확보하더니 최대 주주인 예림당과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예림당 측은 티웨이항공 지분 30.06%를 가졌다.

티웨이홀딩스는 "최대 주주인 예림당이 대명소노와 티웨이홀딩스, 티웨이항공 경영권 매각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11일 급식업체 아워홈 지분 58%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은 8천700억원이다.

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호텔 식음료 사업 부문 역량 강화와 식음·숙박사업 등 다른 사업 부문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아워홈 인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대명소노와 한화호텔의 M&A 추진은 기업의 핵심역량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다각화' 움직임"이라며 "시너지를 기대할 텐데 당장의 이익을 바라기보다 미래를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은 지난해 말부터 상조업계 1위 기업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추진하다 지난 17일 사모펀드 VIG 파트너스로부터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았다. 인수대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프리드라이프 기업가치는 1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웅진은 주 사업인 교육 분야가 성장 한계에 부딪치자 신사업 발굴에 매진해왔다. 2023년 2차전지 장비업체 이큐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협상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홍승환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는 "M&A 시장은 전반적으로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며 "최근 금리나 경기 위험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지면서 움츠리고 있던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들이 M&A 시장에서 인수자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불경기에는 매물인 기업의 가치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낮아 인수자 입장에선 이점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금을 확보한 기업들은 불경기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매각 가격이 비교적 낮게 책정됐을 때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기도 한다"며 "인수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이나 리밸런싱(재조정) 기회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악화에 비효율 자산이나 계열사를 처분해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기업들도 많다. 호텔롯데는 자산 유동화 차원에서 4성급 호텔인 L7과 시티호텔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L7 4곳과 시티호텔 7곳 등 모두 11곳이 운영 중이다.

최근 미국 모히건사가 인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인스파이어) 경영권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로 넘긴 것은 야심 차게 추진한 신사업을 금융부담과 실적 부진 지속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넘긴 사례로 꼽힌다.

모히건은 베인캐피탈과의 대출 약정을 지키지 못해 경영권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인스파이어는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작년 9월) 연결기준으로 매출 2천190억원을 올렸으나 1천5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