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원팀...한화-LIG "중동 대공망 잡는다" [방산인사이드]

입력 2025-02-19 17:47
수정 2025-02-19 17:47

중동 지역 최대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에 참석한 우리 방산 기업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자였던 한화와 LIG가 손을 잡고 중동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키워드는 뭔가요?


공중으로 오는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방공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미사일전으로 격화되면서 중동국들이 잇따라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공망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최첨단 로켓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이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하마스가 20분 만에 5천발 넘는 로켓을 쏘면서 아이언돔을 붕괴시켰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내 방산 업체들도 이번 전시회에서 방공 운용 시스템을 일제히 선보였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한화 방산 계열사들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L-SAM’, 장사정포 요격체계 'LAMD' 등을 소개했고요.

LIG넥스원도 근접방어무기체계부터 M-SAM-I·Ⅱ, L-SAM, LAMD까지 저고도에서 고고도를 아우르는 일명 ‘K-대공망’을 내세웠습니다.

특히 L-SAM의 해외 공개는 이번이 처음으로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 중인 북한을 겨냥한 무기인 만큼 현지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치열한 경쟁 관계인 한화와 LIG가 L-SAM과 LAMD 등 신무기를 같이 홍보하고 있는데,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한화와 LIG 등이 L-SAM과 LAMD 등의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같이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L-SAM은 10년 간 1조 원 넘게 들여 만든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 축으로 고도 40km에서 70km 상공에 있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한화와 LIG 등이 합작해 지난해 연구개발을 완료했고, 올해 양산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한화에어로가 대탄도탄 유도탄 체계와 발사대를, 한화시스템이 여러 표적을 탐지, 추적할 수 있는 다기능 레이다 등을 도안했습니다.

LIG넥스원은 체계 종합과 대항공기 유도탄 등을 설계했습니다.

L-SAM 양산에 약 1조 5천억 원의 예산이 배정될 예정인데, 한화 방산 계열사분이 75%, LIG넥스원 등 나머지분이 25%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L-SAM 실전 배치 시점은 오는 2030년으로 예정됐는데, 두 회사 총수들이 직접 현지 세일즈 활동을 하며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습니까?


조 단위 수주고를 올릴 수 있는 '돈이 되는 무기'이기 때문에 일찍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겁니다.

중동국들의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5~10%로 세계 평균의 5배에 달하는데요.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동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중동 방산 시장 규모는 올해 우리 돈으로 200조 원대에서 오는 2030년에는 300조 원대로 뛰어오를 전망입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중동국들의 한국산 무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우리 기업들에 큰 호재입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이 한국형 패트리엇인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M-SAM-Ⅱ, 천궁-Ⅱ를 12조 원어치 사들인 바 있습니다.

M-SAM 시리즈가 가성비로 입소문을 타자 중동국들은 경쟁 제품 대비 5분의 1 가격으로 더 높은 고도를 막을 수 있는 L-SAM 구매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구본상 LIG그룹 회장이 전시장에서 각각 UAE 대표 방산 기업 EDGE 그룹 CEO와 UAE 대통령을 만나 L-SAM 등을 소개한 이유입니다.

다만 예전에 M-SAM-Ⅱ 수주 당시 한화와 LIG가 납품 단가 등을 놓고 이견차가 있어 갈등을 빚었던 만큼 L-SAM의 경우 사전 합의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