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자동차그룹을 목표로 추진했던 일본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무산됐습니다.
양사 합병 무산이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세계 자동차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입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협상 결렬의 원인이 뭡니까.
혼다와 닛산은 당초 2026년 통합 지주사 설립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합병 MOU를 맺었습니다.
통합 지주사 아래 각자 회사를 운영하는 대등한 합병 구조였죠.
이런 합병의 전제조건은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닛산의 구조조정이었습니다.
양사 합병이 삐걱대기 시작한 건 닛산이 전 세계에서 9천명 희망퇴직을 받고, 생산능력을 20%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입니다.
혼다는 닛산의 이런 구조조정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닛산을 인수해 자회사로 만든 뒤 직접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안을 닛산에 전달했습니다.
대등한 통합을 원했던 닛산은 이걸 거절했고요. 결국 합병이 무산됐습니다.
양사가 합병을 통해 기대했던 시너지가 있을텐데 포기해도 될 정도였나 보죠. 당초 합병 추진 이유가 뭐였나요?
두 회사의 합병 논의는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가는 미국이나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혼자서는 힘들다는 공통적인 위기감에 시작했습니다.
양사는 합병 추진을 발표하면서 “배터리나 모터 같은 장치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원가를 낮출 수 있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위해선 협력이 필수”라고 설명했었는데요.
혼다는 하이브리드차만, 닛산은 전기차만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일본 3위 자동차 회사가 구조조정에 이리저리 팔릴 처지에 놓였군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요. 이게 닛산만의 위기입니까. 다른 회사들은 어떤가요.
닛산의 위기는 판매량 감소에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부진 영향이 컸습니다.
중국에서의 부진이야 현지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다 같이 겪는 문제지만, 미국에서의 부진은 닛산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경쟁사들보다 신차 출시 주기가 긴데다 미국에서 잘팔리는 하이브리드차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행히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갖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만큼은 닛산 만의 위기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들은 사정이 어떻습니까.
사실 닛산만큼은 아니어도 부진을 겪고 있는 기업이 또 있습니다.
한때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 4위였던 스텔란티스그룹입니다.
2021년 미국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회사인데요. 피아트, 푸조부터, 오프로드 차량인 지프, 고급차인 마세라티까지 14개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출범 초기 전세계에서 800만대를 판매했지만 2023년 기준 640만대로 줄었고요.
현재 미국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혼다에 밀려 6위입니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스텔란티스그룹 산하 브랜드들이 각개 전투를 하다보니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을 두고 제2의 스텔란티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합병무산이 현대차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됩니까.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일단 혼다와 닛산의 합병무산이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닛산은 지난 5년간 미국 판매량이 30% 이상 급감했습니다.
그럼에도 103만대를 팔아 미국 시장 7위입니다. 142만대를 판 혼다와 합치면 현대차그룹(170만대)보다도 많습니다.
과거 닛산 영업이익 절반이 미국에서 나왔던 만큼, 양사가 합병했다면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해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에 매달렸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잘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