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일하려면"...도배·용접에 '우르르'

입력 2025-02-06 07:25


5일 오전 서울 중구 광희동의 한 직업교육원에서 수강생 신해청(72)씨는 도배용 풀을 준비하고 벽지를 자르고 있었다.

신씨는 공인중개사지만 도배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했다.

그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이 활성화하며 직업의 존폐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다"며 "도배 일은 인공지능(AI)이나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일이고 일감도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AI가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자 몸을 쓰는 직업 기술을 배우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생성형 AI인 챗GPT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직업은 전체의 9.8%인 277만여개라고 통계청 '2024 사회동향'에 나타났다.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여행·마케팅 사무원, 고객 상담 요원 등 사무직이 꼽혔다.

반면 '블루칼라' 직종인 철근공, 운송장비 정비원, 건축 마감 기능 종사원 등은 AI에 일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업교육원의 원장 박모씨는 도배 수업 수강생 중 은퇴를 앞둔 50대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수강생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이런 기술은 기계가 할 수 없지 않으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부평구의 한 용접학원도 비슷한 이유로 수강생이 몰린다. 학원 부원장 최도만(62)씨는 "요즘은 자동용접도 있지만 세밀한 용접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매년 학원을 수료하는 100여명 가운데 IT 직종 출신이 10% 정도 되는 것 같다"며 "IT 회사에서 일해도 40대만 되면 대접을 못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학원에 온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반면 AI를 이용해 인생 이모작을 계획하는 중장년층도 있다. 챗GPT 등 AI 활용 능력을 길러 재취업이나 창업을 한다는 것이다.

강남구의 한 IT 교육기관 관계자는 "간단한 명령어를 작성하는 챗GPT 활용 수업 등을 진행 중"이라며 "퇴직 후 창업을 해 앱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AI를 배우려는 50대 수강생이 많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AI를 공부하려는 중장년층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정부가 AI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인지를 알려주는 일자리 정보 체계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