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취임 후 해외 수입품에 국적불문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글로벌 환율시장을 둘러싼 최대 리스크였던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달러 약세 요인들이 부각되며 원·달러 환율은 약 한달치의 상승분을 반납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2.2원 내린 1,439.5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주간거래를 마감한 것은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약 한달만이다.
이날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행정명령에 보편관세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영향으로 달러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0일 110포인트까지 급등했으나, 현재 108포인트대에 형성되어 있다.
유로화와 위안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 모두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인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타통화 대비 약세가 두드러졌던 원화는 해당 통화와의 환율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엔화는 100엔당 926.17원으로 3.96원 하락했고, 위안화는 1위안당 197.75원으로 0.46원 빠졌다. 유로화 역시 1유로 당 1,494.20으로 1.92원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직후 80여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 신설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신규 관세 부과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모든 수입품에 매기는 10∼20%의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작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 언론 문답에서 "(보편 관세가)아직은 준비되지 않았다"면서도 "조속히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2월 1일자로 부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보편관세에 대한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재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 등은 물가 급등 및 미국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있는 일부 품목을 관세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강경파는 원안 고수를 요청하며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가까운 시일내로 보편관세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며, 그간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달러 가치 하락 요인들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월 미국 고용지표 서프라이즈는 소매업과 숙박업 등 연말 계절성 요인이 기여했음이 드러났고, 상반기엔 경기확장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며 "여기에 미국과 비미국 간의 경기지표 격차도 축소되고 있어 달러가치는 1분기 동안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