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MZ가 못 버티지"…'간부 모시는 날' 여전

입력 2025-01-19 12:50


공직사회 내 오랜 관행으로 꼽히는 '간부 모시는 날'이 MZ세대 공무원들의 이탈과 맞물려 논란이 되고 있다.

간부 모시는 날은 하급자들이 순번을 정하고 사비를 모아 상급자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말하는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첫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공무원 5명 중 1명꼴로 '최근 1년 내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답할 정도로 공직문화에 내린 뿌리가 깊다.

정부는 최근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에 모시는 날 금지령을 내리고 위반 공무원은 행동강령 등을 적용해 처벌할 것을 예고했다.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조치이지만 승진 중심의 공직문화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는 한 퇴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들은 조직·인원 규모가 크고 순환근무가 많은 중앙부처보다는 기초 시군구에 이런 문화가 더 심각할 것으로 봤다.

공무원 생활 내내 같은 근무처에서 얼굴 볼 일이 많은 기초 지자체일수록 이러한 관행의 탈을 쓴 악습을 홀로 피해 가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런 점은 정부가 작년 11월 중앙부처·지자체 공무원 15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실태조사를 통해 재확인된다.

해당 조사에서 공무원의 18.1%가 최근 1년 내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중 중앙부처 공무원은 10.1%가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한 데 반해 지자체는 두 배가 넘는 23.9%가 유경험자였다.

설문에 응한 공무원들은 간부 모시는 날이 지속된 이유로 '관행이기 때문'(37.8%), '간부가 인사 및 성과평가 등의 주체이기 때문'(26.2%) 등을 꼽았다.

지자체에서는 '관행'이라는 답이 40.7%에 달했다. 중앙부처에서는 후자를 꼽는 경우(37.7%)가 더 많았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모시는 날이 다시금 논란이 된 건 최근 수년간 눈에 띄게 늘어난 MZ 공무원의 이탈 문제 때문이다. 5년 내 조기 퇴직한 MZ 공무원은 2023년 1만3천여명으로, 2019년(6천600여명)의 2배가 넘는다.

모시는 날은 낮은 보수에 더해 갑질, 세대갈등 등에 실망한 신입 공무원이 공직을 떠나게 만든 또 하나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과거처럼 이런 관행을 공직 사회의 '불편한 상식' 정도로 받아들이고 따라갈 젊은 공무원은 더는 없다는 의미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일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한 데 이어 앞으로 조사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는 중앙부처, 17개 시도에 공문을 보내 모시는 날이 근절되도록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더는 공직사회 내 이런 관행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팔을 걷어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모시는 날이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저촉되는 행위라는 점을 공무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오는 5∼7월에는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아 청탁금지법과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