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증시, 조정국면 진입"…반도체주 약세 두드러져

입력 2025-01-10 09:45
수정 2025-01-10 09:58


한국, 중국 등 신흥국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주가지수가 0.4% 하락하면서 전고점인 지난해 10월 2일 대비로는 10% 하락을 기록,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진단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제한 확대 조치의 영향에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반도체 업체 주가 하락이 컸다.

신흥국 주식은 지난해 10월 초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완화 기조에도 지난해 10월과 11월 물가 지표가 강한 모습을 보여 향후 금리인하 기대감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상승세다.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관세 부과를 천명한 가운데 취임일이 다가오자 투자자들은 더 신중해졌다.

코엑스 파트너스의 헨릭 걸버그 거시 전략가는 "트럼프의 정책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면서 "취임식까지 시장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며 트럼프의 발언과 SNS 게시글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지수는 중국 주식 비중이 크다. 중국 경기부양책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중국 주식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9일 중국 기술주 지수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주간 단위 7주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중국 인플레이션이 4개월 연속 둔화하는 등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표도 하방 압력을 가했다.

한국과 브라질의 주가 약세도 신흥국 지수를 끌어내렸다.

뉴욕 델텍 자산운용사의 그렉 레스코 이사는 한국의 계엄 사태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 브라질의 재정 우려가 이들 국가의 주가 약세를 불러왔다면서 "조만간 상황이 분명해질 때까지 시장은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신흥국 지수 목표치를 종전 1천200포인트에서 1천190포인트로 낮췄다. 하지만 9일 종가인 1천66포인트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실적에 힘입어 신흥국 주식들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비중 확대를 권고했으며, 튀르키예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도 상향 조정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