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만난 최태원 "개발 속도, 엔비디아 요구 넘어서"

입력 2025-01-09 08:1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남을 가졌다.

최 회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 SK 전시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젠슨 황 CEO와 만났다"며 최근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황 CEO가 전날 CES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을) 만날 예정"이라며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두 사람의 회동이 예고됐다.

최 회장은 "그동안은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개발 속도보다 조금 뒤처져 있어서 상대편(엔비디아)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넘고 있다 이런 정도의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약간의 역전 형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언제 가서 뒤집힐지 모르지만 헤드 투 헤드로 서로 개발 속도를 더 빨리 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게 HBM에 나온 전체 얘기였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개발 경쟁력에 엔비디아가 만족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 납품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10월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최 회장은 HBM 공급 등과 관해 "이미 다 실무진끼리 정해서 올해 공급량 등은 다 결정됐고 (이번 만남에서) 그걸 확인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황 CEO가 지난 6일 CES 기조연설에서 "'피지컬(physical) AI'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에 대해 "황 CEO와 피지컬 AI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논의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노하우가 많이 남아있고 본인(황 CEO)도 원하는 게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피지컬 AI와 최근 발표한 코스모스 플랫폼이 존재하니 그런 것과 연관해서 앞으로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CEO는 전날 신제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이 왜 들어가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래픽 메모리를 만드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양사를 견제한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최 회장은 "대단한 이슈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황 CEO는 엔비디아가 그냥 AI 컴퍼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컴퓨팅을 잘 이해해서 관련 설루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찾아서 만들어내는 회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며 "일일이 제품에 들어가는 설루션은 모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황 CEO가 가진 생각과 얘기는 현재 잘 구현되고 있다"며 "훌륭한 설루션을 잘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CES 현장을 찾은 것은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SK 부스와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기도 한 최 회장은 "속칭 피지컬 AI라고 하는 로봇 등 모든 곳에 AI가 들어가기 시작했고 AI가 일상화·상식화된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