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지역에 허리케인급 강풍이, 남부 지역에는 이례적인 한파가 덮쳐 현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는 밤새 돌풍이 몰아쳐 주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오후에도 강풍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태평양 연안의 언덕에 자리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는 산불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발생한 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확산해 피해 면적이 약 3시간 만에 772에이커(3.12㎢)로 불어났고, 약 6시간 만인 오후 4시 14분에는 1천262에이커(5.1㎢)로 커졌다. 이는 여의도 면적(4.5㎢)보다 큰 규모다.
이 화재로 1만여가구의 주민 약 2만6천명이 위험에 처해 대피령을 받았다고 LA 소방국은 밝혔다.
해당 지역은 해변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전망에 큰 저택들이 즐비하며 할리우드 배우들과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불이 급속히 번진 것은 LA 일대에 분 돌풍 탓으로 지목된다.
'샌타애나'로 불리는 이 강풍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캘리포니아 해안으로 불어오는 국지성 돌풍으로, 가을과 겨울에 자주 나타난다. 거의 허리케인급 속도로 부는 데다 바람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악마의 바람'으로도 불린다.
이날 오후 LA 일대에 분 바람의 풍속은 최대 시속 80마일(약 129㎞)로 추산됐다.
기상 당국은 이런 강풍으로 전선이 끊어지거나 대형 트럭과 트레일러, 캠핑카 등이 전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LA 일대에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 '서던 캘리포니아 에디슨'은 화재 위험 등을 고려해 이날 약 8천600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선제적으로 전력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또 40만여가구에 추가로 전기를 차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LA를 포함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지난 5월 초 이후로 2.5㎜ 이상의 비가 내린 적이 없고 계속 건조한 상태가 지속하는 것도 산불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편 미국 남부 텍사스 댈러스 일대에는 이례적인 겨울 폭풍이 덮쳤다.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댈러스-포트워스 지역의 평균 기온은 화씨 31도(섭씨 영하 1도)로 평년보다 15도(화씨 기준)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휴스턴의 평균 기온 역시 화씨 39도로, 평년보다 15도 떨어졌다.
이에 더해 댈러스 일대와 오클라호마 남부 지역에는 오는 8일부터 약 10∼15㎝의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텍사스까지 내려온 한파는 이미 이달 초부터 미국 동부와 중부 지역을 강타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지난 주말 캔자스주와 미주리주, 오하오주와 워싱턴DC에 이르는 지역에서 하루 15∼30㎝의 많은 눈이 내렸고, 폭설로 곳곳의 도로가 통제되고 철도·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교통망이 마비됐다.
한파와 관련 있는 사망자도 최소 4명 발생했으며, 이날 오전 기준으로 미주리주에서 버지니아주에 이르는 지역의 약 20만가구가 정전된 상태다.
북미 대륙의 한파는 북극을 둘러싼 매우 찬 공기의 흐름인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극와류)가 확장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는데,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NWS는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