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경상수지 93억 달러...7개월 연속 흑자

입력 2025-01-08 12:47
반도체는 호조…석유·자동차 등 부진
수입 감소 효과로 흑자 폭 확대
"연간 900억 달러 상회할 것"


석유, 자동차 등 비IT 품목 부진으로 수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원자재·소비재 등의 수입도 함께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93억 달러(약 13조 5,3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지난해 4월 외국인 배당 증가 등으로 1년 만에 적자(-2억 9천만 달러)를 낸 뒤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11월 흑자액은 10월(97억 8천만 달러)보다 약 5억 달러 줄었지만, 작년 11월(38억 9천만 달러)보다는 많았다.

11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835억 4천만 달러 흑자로, 2023년 같은 기간(280억 7천만 달러)과 비교해 554억 7천만 달러 늘었다. 이는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흑자 규모다.

한은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를 900억 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송재창 금융통계부장은 "12월 통관기준 무역수지 흑자 폭이 11월보다 더 크게 늘었다"며 "12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상당 폭 흑자가 예상되는 만큼, 연간 흑자 규모는 조사국 전망치인 9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97억 5천만 달러)가 작년 4월 이후 20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수출(571억 달러)은 1년 전보다 1.2% 늘었다. 수출은 2023년 10월에 1년 2개월 만에 반등한 뒤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증가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29.8%)·정보통신기기(8.5%)·철강제품(0.8%)이 늘었고, 지역별로는 동남아(9.1%)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석유제품(-18.6%)·승용차(-14.1%)·기계류 및 정밀기기(-12.5%) 품목 수출과 미국(-5.2%)·일본(-2.4%)·중국(-0.7%) 수출은 뒷걸음쳤다.

송 부장은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 IT 품목은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비IT 품목의 경우, 석유제품은 9월 이후 국제 유가가 안정화된데 따라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이 줄었고, 승용차도 10월부터 11월 초까지 부품업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전기차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수입(473억 5천만 달러)은 4.4% 줄었다. 석유제품(-19.4%)·화학공업제품(-17.2%)·원유(-16.8%)·석탄(-12.5%) 등 원자재 수입이 10.2% 감소한 것이 가장 주효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원유 구입단가, 석유 제품 가격이 잇따라 하락하며 원자재 수입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또, 승용차(-30.9%)·곡물(-10.2%)을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6.3% 줄었다. 송 부장은 "승용차 수입이 아주 크게 감소한 것은 11월 말 폭설 영향으로 통관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었고, 전반적인 소비심리 악화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반대로 반도체 제조장비(77.4%)·반도체(24.5%) 등 자본재 수입은 11.3%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20억 9천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전월(-17억 3천만 달러)보다는 크지만, 전년 동기(-22억 1천만 달러)과 비교하면 줄었다.

특히 서비스수지 가운데 여행수지가 7억 6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폭이 10월(-4억8천만달러)보다 확대됐다.

중국 국경절 연휴 효과 등이 사라져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송 부장은 "12월에도 연말, 겨울방학 등 계절적 요인으로 출국자 수가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19억 4천만 달러로 10월(34억 5천만 달러)보다 줄었다. 이는 분기 배당 지급 등으로 배당소득 수지 흑자(6억 달러)가 한 달 사이 18억 9천만 달러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한편,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1월 중 97억 6천만 달러 불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8억 4천만 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00만달러 줄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3억 9천만 달러 증가하는 동안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주식 위주로 21억 2천만 달러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