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에 나서는 극도의 정치적 불안 속에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4원 오른 1,464.8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긴 가격으로 마감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 이후 15년 9개월만이다.
이날 환율은 주간거래 개장 시점에는 전일 대비 1.2원 하락한 1,455.2원으로 출발했다.
장 초반부터 반등하던 환율은 오후 1시 30분 한덕수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와, 이에 따른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 결정이 나오며 탄력을 받았다.
한 총리의 대국민담화 직전까지 1,462원대에서 거래되던 환율은 담화 직후 몇분만에 1,464원까지 급등했다. 오후 3시께에는 1,465.9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의 환율 급등은 대부분 국내 정치 불안을 재료로 삼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미국 등 서구권이 크리스마스 연휴로 이러다할 소재와 통계가 없었고, 그나마 변수로 주목됐던 미국 장기 채권 수익률 상승도 장 초반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를 주도한 두가지 큰 요인은 국내의 비상계엄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하 방향 변화"라며 "탄핵안 가결로 원화 약세가 진정될 기대감이 있었으나 한덕수 총리에 대한 추가 탄핵 이슈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을 뒤흔드는 정치적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 표결에 나선다. 만약 탄핵이 가결된다면 한국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동시에 대행하는 초유의 사태를 맡게 된다.
탄핵 표결이 불발되더라도 민주당은 재탄핵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한 총리 역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처리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속적인 원화약세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등 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도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닐 뿐더러, 한계점도 명확하다"며 "트럼프 취임 직전까지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에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