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역대 최장인 2년 10개월 연속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불안한 정국 속 월간 경기 전망치가 팬데믹 위기를 겪은 지난 2020년 초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종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BSI 전망치가 84.6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수치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낮으면 부정적이다.
BSI는 2022년 4월(99.1) 100 아래로 떨어진 후 지금껏 34개월 연속 기준치 아래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한경협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 1975년 1월 BSI 조사를 시작한 이래 50년 만의 역대 최장 연속 부진 기록이다. 종전의 역대 최장 기록은 2018년 6월∼2021년 2월(33개월)이었다.
1월 BSI 전망치는 전달(97.3)에 비해 12.7포인트나 뚝 떨어졌다. 코로나19 충격파로 2020년 4월(25.1포인트 하락)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년 1월 경기 전망이 어두웠는데 제조업의 BSI는 84.2, 비제조업은 84.9로 나타났다.
제조업 BSI는 지난 3월 100.5를 기록한 뒤 4월(98.4)부터 10달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제조업의 10개 세부 업종 중 전자 및 통신장비(105.3)만 유일하게 긍정 전망을 보였다.
비제조업 BSI는 지난달 긍정 전망(105.1)으로 돌아섰다가 한 달 만에 20.2포인트 급감했다. 비제조업은 7개 세부 업종 중 운수 및 창고(103.8)만 호조 전망을 나타냈다.
조사 부문별로는 내수 88.6, 투자 89.4, 고용 90.0, 수출 90.2, 자금 사정 92.1, 채산성 94.0, 재고 104.9 등 7개의 모든 항목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재고 과잉이라는 의미다.
내수는 2020년 9월(88.0) 이후 52개월 만에, 수출은 2020년 10월(90.2) 이후 51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투자는 작년 4월(88.6)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트럼프 신정부 등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환율 변동성 확대, 내수 부진 장기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환율 안정 노력과 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지원 등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등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입법 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