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최악'…직격탄 맞은 유통가에 가보니

입력 2024-12-31 05:30

탄핵정국에 고환율,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연말 특수는 커녕 내수 경기가 최악의 위기에 빠졌습니다.

소상공인은 물론 대형마트와 면세점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김채영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탄핵, 비상계엄, 환율 폭등.

내수 경제를 덮친 3중 파고에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8%는 “비상계엄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탄핵 정국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입니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탓에 회식은 커녕 외식조차도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말 특수는 꿈같은 이야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김진호(55) / 음식점 운영 : 연말 특수 없어요. 최소한 지금 (연말 매출이) 40% 정도 빠졌어요. 한국인들 객수도 많이 줄었지만, 물론 예약은 아예 없고…]

대형마트도 고물가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면서 할인 행사를 해도 분위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백주원(32) / 취업준비생 : 마트 같은 데 보면 고기나 채소 물가도 많이 오른 게 보이고… 저도 이제 소비를 많이 줄이려고 해서 가계부를 좀 작성하고 있거든요.]

특히 오랜 불황을 겪었던 면세점업계는 고환율까지 더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손님이 가장 붐비는 오후 시간에도 5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을 찾기 힘든 모습입니다.

2023년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은 602만명. 2019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2024년 3분기까지 범위를 넓혀봐도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수는 2019년의 절반 수준입니다.

'K-컬처'로 어렵게 쌓은 한국에 대한 호감이 한 순간에 공포감으로 바뀐 겁니다.

[링야오원(21) / 중국인 관광객 : (한국의) 계엄 사태에 공포를 느꼈고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당시에는 무서웠지만 빨리 해결돼서 안심했습니다. (면세품은) 필요하면 사고 아니면 안 사는 편이에요.]

문제는 최악의 위기에 빠진 내수 경기를 회복시킬 만한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정책 부재 우려가 커진데다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내수는 ('25년) 상반기까지는 (회복이) 어려워보이고요. 저희가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상을 했고요. 수출하고 내수 성장 동력이 다 꺼져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1%대 성장률은 불가피하지 않을까…]

경기에 민감한 유통업체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준비하며 긴축 재정에 잇따라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채영입니다.

영상취재 : 이창호, 김성오

영상편집 : 정지윤

CG : 배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