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45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로 기업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강달러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 대부분은 내년 이익 추정치가 하향조정되고 있습니다.
증권부 신재근 기자와 짚어 보겠습니다. 신 기자, 코스피 상장사의 내년 이익 추정치가 얼마나 줄었습니까?
내년 이익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는 200여개 남짓인데요.
이 중 150여개 기업의 이익 전망이 3개월 전보다 후퇴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10대 상장사만 추려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NAVER를 제외하고 8곳의 이익 전망이 뒷걸음질쳤습니다.
10대 상장사의 내년 순이익 추정치를 더했더니 약 100조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3개월 전(113조5,821억 원)보다 10% 넘게 줄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는데요. 시장은 석달 전 내년 삼성전자의 순이익을 50조 원 정도로 예상했는데, 지금은 37조 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이익이 크게 늘었던 SK하이닉스도 내년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습니다. 얼마 전까지 계속 늘려 잡았는데 최근들어 보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반도체의 이익 감소가 두드러지는데 왜 그런 겁니까?
중국이 물량 공세를 퍼붓는 바람에 범용 D램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PC와 휴대폰 교체주기가 늘어난 구조적 원인을 들 수 있는데요.
실제 범용 D램인 DDR4 가격은 넉 달 사이 30% 넘게 하락했습니다.
공급은 과잉인 반면 수요는 줄어들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하이닉스와 비교해 삼성전자의 이익 감소폭이 유난히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이닉스는 효자상품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실적을 지탱해 주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의 HBM 공급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HBM 역시도 내년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미국 빅테크 기업의 수요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고환율과 트럼프 관세 리스크 등 대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환율의 경우 1,500원을 전망하는 곳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통 수출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보기 때문에 이익에 도움이 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생산 비용이 덩달아 높아지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와 완성품을 만든 뒤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데, 고환율이 계속되면 수입할 때 원자재 비용 부담이 높아질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고 유가가 5%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단 0.1%p 개선되는 데 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환율 상승이 반드시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금융업을 제외하고 코스피 상장사들이 보통 외화 자산보다 외화 부채가 많은 점도 고환율로 인해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외화 부채는 230조 원 수준으로 외화 자산보다 50조 원가량 많았습니다.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관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코스피가 조정받는 과정에서도 일각에선 가격 매력을 얘기하는 시각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이익 추정치가 계속 감소하면 가격메리트도 약해지는 거 아닙니까?
가격 매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시원하게 오르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익 추정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요.
현재 코스피가 가격 매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장기 10년 평균인 10배에도 못 미칩니다.
그러나 이익 전망이 후퇴할 경우 PER 눈높이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매력의 의미가 퇴색되는 겁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내년 이익 전망치가 과대 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저평가 매력이 숫자로 나타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트럼프 관세와 반도체 업황 회복 시점을 판가름할 수 있는 최소 내년 3월까지는 실적 흐름을 지켜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