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산다고 노후자금 '탈탈'...퇴직연금 깨기 어려워진다

입력 2024-12-23 07:02


정부는 가입자가 노후 종잣돈인 퇴직연금을 불필요하게 깨는 일이 없도록 퇴직연금 중도 인출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유형은 크게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으로 나뉜다. 23일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DB형 퇴직연금은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다만 법정 사유에 한정해 담보 대출은 가능하다.

그러나 DC형 퇴직연금은 법으로 정한 예외적인 사유를 충족하면 중도 인출이 된다. 개인이 민간 금융기관과 계약해 직접 투자상품을 고르는 만큼 비교적 자율성이 높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한 DC형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 가능 사유는 주택구입, 주거 임차, 6개월 이상 장기 요양, 파산 선고, 회생절차,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피해 등이다.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DC형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6만4천명, 인출 금액은 2조4천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인원은 28.1%, 금액은 40.0% 각각 늘어났다. 2019년 이후 내리 줄다가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52.7%(3만3천612명)가 주택구입 목적으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했고 주거 임차를 사유로 든 인원도 1만7천555명으로 27.5%로 집계됐다. 전체의 80%가량이 주택 및 주거 때문에 퇴직연금을 미리 당겨쓴 셈이다.

지난해 DC형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의 연령은 30대 42.4%(2만7천16명), 40대 33.3%(2만1천238명), 50대 15.0%(9천566명), 20대 이하 6.5%(4천154명), 60대 이상 2.8%(1천809명) 등의 순이었다.

전체의 4분의 3이 넘는 75.7%(4만8천254명)가 30·40대다. 노후 대비를 위해 퇴직연금을 적립해야 할 30·40세대가 오히려 주거비용 명목으로 노후 종잣돈을 깬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연금 개혁 추진계획을 통해 일시금이 아닌 '연금' 수령으로 퇴직연금이 실질적으로 노후생활에 활용되도록 중도 인출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도 중도 인출 사유를 해외 연금 선진국처럼 영구장애, 과도한 의료비, 주택 압류 등 '예측 불가능한 경제적 곤란 상황'으로 엄격하게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미국은 사망, 영구장애 등 제한적인 사유로만 중도 인출을 허용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