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내달 은행 검사결과 발표...'매운 맛' 보여주려 연기"

입력 2024-12-20 15:52
수정 2024-12-20 15:52
"남은 임기 동안 무관용 기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의 검사 결과 발표를 내달로 미룬 이유와 관련해 "원칙대로 '매운 맛'으로 시장, 국민들께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 등 시장 혼란이 클 때 검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1월로 미뤄 더욱 엄정하게 다루겠단 설명이다.

이 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에서 건설업계·부동산 시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저의 남은 임기 6개월 동안 운영 리스크나 다양한 리스크 관리 미비점에 대한 검사·감독 방향은 엄정·무관용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강한 기조로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달 예정이던 우리·KB·농협금융지주·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 발표를 내달로 미룬 이유에 대해선 "엄정함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게 아니다"며 "그런 의미였다면 '약한 맛'으로 이달에 발표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원칙대로 '매운 맛'으로 시장과 국민들에게 알리려면 1월에 발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미룬 것"이라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KB·농협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마치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은 현 경영진이 수백억원대 부당대출을 인지했음에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우리은행의 손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에 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고 경고한 바 있다.

KB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부실뿐 아니라, 불공정거래·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농협금융·은행에서는 대규모 배임·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농협중앙회의 무분별한 인사·경영 개입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날 이 원장은 특히 우리금융을 거론하면서 "파벌주의 문제라든가, 여기서 기인한 여신 등 난맥상이 현 회장과 행장 체제 하에서도 고쳐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그룹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 금융지주 검사에서 추출된 공통된 우려사항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잘잘못을 따진다기보다는 감독당국도 자기반성적인 측면에서 잘못한 것들을 고백 드리고, 은행들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밝히겠다는 측면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정치·경제적 상황이라든가 여러가지 국민 경제의 어려움을 터 잡아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