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의 올해 마지막 FOMC가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습니다.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내려갔지만, 방점은 앞으로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찍혔습니다.
증권부 조연 기자와 살펴봅니다.
조 기자, 시장이 우려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나왔습니다. 예상보다도 낙폭이 컸던 이유는 뭡니까?
12월 FOMC에서 연준은 내년 금리인하 전망을 기존 4회에서 2회로 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말 기준금리는 3.9%로 석 달 전 전망보다 0.5%포인트 올려잡았는데요. 사실 예상한 부분입니다.
시장이 충격받은 것은 파월의 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연준의 스탠스 변화였습니다.
먼저 성명서를 보면, 11월 FOMC와 다른 부분은 한 곳입니다.
향후 금리 조정에 있어 '정도와 시기(the extent and timing)'를 고려하겠다는 문구가 추가됐는데, 이는 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때 사용했던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며 투심을 움직였습니다.
또 성명서 끝 부분에 의원 중 일부가 이번 FOMC에서도 금리 동결을 선호했다고 했고,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이 상당한 접전(closer call)"이었다고 말했죠.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정권 교체기 일종의 정책 공백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공격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이 없을 수 있다는 정책 불확실성에 시장이 흔들렸다"고 분석했습니다.
간밤 미 증시는 S&P500는 2.95%, 나스닥이 3% 넘게 흔들렸고, 다우지수는 열흘째 하락하며 50년만에 최장 기간 연속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우리 증시도 2% 가까이 내렸습니다. 코스피는 1.95% 떨어진 2435.93으로, 코스닥은 1.89% 하락한 684.36으로 마감했습니다.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약 7800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장을 끌어내렸습니다.
간밤 미 증시가 급락하긴 했지만, 그동안 역대급의 자금 유입으로 '나홀로 랠리'를 이어왔습니다.
일각에서는 고평가, 밸류에이션 논란이 나오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어제 급락에도 S&P500 지수의 연초 이후 상승률를 보면 23.8%입니다. 세계 주요국 증시 어느 곳을 비교해봐도 압도적인데요. 유로 Stoxx50가 10%, 일본 니케이 지수가 16% 수준이고, 한국의 코스피는 -8%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의 자금 흐름을 보면 미국으로 올해 연간 순유입이 처음으로 1조 달러, 우리 돈으로 1470조 원를 넘어섰습니다. 글로벌 전체 ETF 순유입 자금이 1조 670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60% 수준입니다.
특히 미국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은 대통령 선거 이후 더욱 뚜렷해진 모습인데요. 지난달 한 달 동안 순유입 자금이 1650억 달러에 육박했는데, 이는 전체의 87%에 달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아메리카 퍼스트'가 내년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경제에 상당한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미 증시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고가 나왔는데요. BofA는 "현재 글로벌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이 3.9%인데, 이는 과거 위험자산이 정점을 찍은 시기와 일치한다"며 '셀 시그널(매도 신호)'로 진단했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증시 호황은 가장 강력한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경고와 함께요.
하지만 월가 IB의 상당수는 미 증시가 내년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는데요. FOMC로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관세 정책이나 규제 완화로 미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가 더 우상향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AI의 활용이 다른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기술주 위주의 강세가 여러 섹터로 옮겨 가고,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미국으로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히려 연말로 다가워질수록 더 미국으로 향하는 모습인데요. 개인투자자들의 최근 한 주간 ETF 순매수 상위 종목 보면 10개 중 9개가 미국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지수 추종하는 상품부터 테슬라 밸류체인, 미 AI반도체 등 테마형도 자리하고 있는데요.
올 한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직접 거래액도 지난해보다 74% 급증한 47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80조 원을 돌파했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 주식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표 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해보면, S&P500은 22배에 달하는데 비해 코스피는 7.7배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수치로 보면 저평가된 국내 증시로 자산 배분할 적절한 시기지만 미국으로의 자금 흐름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모습인데요.
골드만삭스도 "현재 한국 증시의 PER 할인율이 높지만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크지 않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내년 투자 수익률은 밸류에이션 변화보다 기업의 이익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 조언했습니다.
여기까지 듣죠. 증권부 조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