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등 쟁점법안 재의요구안 의결...20년만에 '권한대행 거부권'

입력 2024-12-19 13:47
수정 2024-12-19 13:48
임시국무회의 주재…"헌법정신과 국가 미래 최우선 고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양곡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을 재가했다.

국회로 되돌아가는 6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폐기된다.

한 권한대행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2004년 고건 전 총리 후 20년 만이다.

한 총리는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법안들에 영향을 받는 많은 국민들과 기업, 관계부처의 의견도 어떠한 편견 없이 경청했다"면서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 등 6개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정부·여당은 이들 법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다른 농산물은 '기준 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국가재정을 투입해 생산자에게 손해를 보전해 주는 내용이 골자다.

국회법 개정안은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국회증감법은 국회가 증인·참고인 출석이나 서류제출을 요구할 경우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고,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 등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법안별로 재의요구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우선 양곡관리법에 대해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에 대해선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시행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가격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돼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는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대해선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