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합병 초읽기…성사 시 현대차 제치고 단숨에 3위로'

입력 2024-12-19 10:02
지주회사 신설 및 지분 공유 MOU 체결 전망
통합 시 글로벌 판매량 800만대...세계 3위


세계 7위 자동차 회사인 일본 혼다와 8위 닛산이 합병 초읽기에 들어갔다. 20위권 자동차 회사이자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3개 회사 통합 시 현대자동차·기아를 제치고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서게 된다. 중국 전기차 공습에 비상이 걸린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합종연횡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혼다, 닛산, 미쓰비시가 조만간 새로운 지주회사 설립과 지분 공유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주회사를 설립해 각 회사가 아래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통합 비율 등 세부 사항은 협상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닛산은 1999년부터 지속한 프랑스 르노와의 연합을 끊고, 결별한다. 르노와의 동맹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혼다로 눈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닛산은 지난 8월 혼다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협업 등 포괄적인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닛산은 “향후 협업을 위해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혼다, 닛산, 미쓰비시가 ‘원팀’이 되면 지난해 기준 합산 생산량 813만 대로 도요타(1123만 대), 폭스바겐(923만 대)에 이어 세계 3위가 된다. 2년 연속 3위를 유지했던 현대차·기아(730만 대·3위)는 4위로 밀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은 중국 전기차의 공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가 ‘가성비’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합병을 통해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 개발 비용을 줄이는 등 비효율을 최소화 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혼다와 닛산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31%, 11%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이 지난달 9,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그러면서 혼다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업계 관계자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닛산이 혼다와 상호 보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닛산은 2010년 세계 첫 양산 전기차 리프를 출시했지만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이 전무하다. 혼다는 도요타에 이은 세계 2위 하이브리드카 브랜드지만 ‘전기차 열등생’으로 불릴 만큼 경차를 제외하면 별다른 전기차 모델이 없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될 경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풀 라인업을 갖출 수 있게 된다.



혼다와 닛산 통합 시 세계 자동차 시장 지형도가 바뀌게 될 전망이다. 혼다-닛산은 현대자동차·기아를 제치고 단숨에 글로벌 3위사로 등극한다. 그러면서 일본 시장은 1위 도요타그룹과 혼다-닛산 양분 체제로 전환된다. 특히 닛산이 최대주주인 일본 4위 미쓰비시가 함께하게 될 경우 일본의 2~4위 회사가 한 지붕 아래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혼다-닛산과 양산 차 라인업이 비슷한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긴 셈이다.

혼다와 닛산은 각자 텃밭이 다른 만큼 판매 시장에서도 상호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은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34만 대의 차를 판매했지만, 혼다는 8만여 대에 그쳤다. 미국 시장에서는 혼다(139만 대)가 닛산(127만 대)보다 더 많이 팔았다. 또 혼다는 유럽에 공장이 없지만, 닛산은 영국과 스페인에 공장이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두 회사가 합치면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전기차, 수소차,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연구개발 시 효율이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통합이 현대차·기아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상당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양사가 전기차(닛산)와 하이브리드카(혼다) 진용을 다 갖추게 된다면 미국과 유럽에서 현대차·기아와 경쟁하게 된다.

국내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와 테슬라, 신흥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와 맞붙고 있는데,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일본 자동차회사와의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더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포괄적 동맹을 확대하는 한편 일본 차들이 취약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의 품질을 높여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